컨텐츠 바로가기

07.06 (토)

현재 중3, 대입때 EBS 수능 연계율 70→5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교육부 2022학년도 대입개선안

현재 중3 학생들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 입시부터는 수능 문제를 EBS 교재에서 출제하는 비율(EBS 연계율)이 현행 70%에서 50%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사교육을 줄이겠다며 'EBS·수능 70% 연계 정책'을 발표한 지 8년 만에 정부가 연계율을 낮추는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다. 또 입시 공정성 논란을 일으켰던 '자기소개서' 분량을 절반쯤으로 축소하고 '교사 추천서' 폐지도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3일 열린 제6차 대입 정책 포럼에서 이런 내용의 '대입 과제 검토안'을 발표했다. 이번 과제는 대입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인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의제에서 제외한 것들이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정부는 오는 2022년 수능부터 'EBS·수능 연계율'을 70%에서 50%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수능은 모든 과목에서 전체 문항의 70% 이상을 EBS 교재에서 반영해 출제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절반으로 낮춰 수험생의 EBS 수능 교재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EBS 연계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현재 수능은 영어를 뺀 모든 과목이 EBS 교재에 실린 지문을 그대로 싣는 방식으로 문제를 내고 있다. 그런데 2022학년도부터는 국어·사회탐구 등 전 과목에서 EBS 교재와 비슷한 지문을 출제하거나 이를 변형한 지문을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EBS 교재 지문만 달달 외우거나 EBS 내용을 요약해 공부하는 요령과 편법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런 포럼 내용을 바탕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달 2022학년도 대입 개편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개선안은 그동안 교육 현장에서 EBS 연계 정책이 '학생을 EBS 문제 풀이 기계로 만든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EBS 연계 정책은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처음 도입했는데,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연계율이 70% 선으로 대폭 올라갔다. 이 정책은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농어촌 지역 수험생의 수능 부담을 덜어줬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고등학생들을 'EBS 암기왕'으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고교 수업 시간에 EBS 교재를 교과서처럼 사용하고, EBS 교재를 잘 요약해 가르치는 학원이 성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선 "학생들이 깊이 있게 학습하지 않고 실수 안 하기에만 몰두한다"며 EBS 연계 정책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고교 교사들은 "교실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다양한 교재와 자료를 활용해 수업하는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BS 외 다른 참고서를 많이 풀어야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줘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험생 처지에선 EBS 교재를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거기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데다 다른 참고서나 교재도 전보다 많이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중심으로 한 입시에서 공정성·형평성 논란을 일으켰던 자기소개서를 대폭 간소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현재 학종을 실시하는 대학 150곳 중 80%가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데, 그동안 자기소개서는 사교육 기관의 도움을 받거나 교사·학부모가 대신 쓰는 식의 '대필·허위 작성'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교육부는 현재 문항당 1000~ 1500자 이내로 적도록 한 자기소개서 분량을 500~800자로 확 줄이고, '~했습니다'로 서술하는 방식을 '~했음' 식으로 쓰는 요약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학생이 따로 도움을 받지 않고도 간단한 자기 경험과 소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지역·학교·교사별 차이가 크고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받았던 교사 추천서를 아예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이런 방침에 "대학이 대체 무엇을 보고 학생을 뽑으라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자기소개서를 축소하면 학생의 역량을 알아볼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조효완 광운대 입학 전형 전담 교수는 "자기소개서는 교사가 쓰는 학생부를 보완하는 장치로, 수험생이 학생부에 나타나지 않는 자기 역량과 생각을 대학에 설명하는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 담당 교수도 "내신 성적과 학생부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여론이 요구하는 공정성만 의식할 뿐, 어떻게 학생을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세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