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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트럼프 얼마나 급했으면… 관례 깨고 '金 친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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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北 실패' 비난에 트위터 올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각) '김정은 친서(親書)'를 공개했다.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을 두고 '빈손 방문'이란 비판이 고조되자 정상 간 친서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친서에는 '비핵화'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매우 멋진 글. 대단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비핵화' 언급 없이 트럼프 비위 맞춰

'미합중국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 각하'로 시작하는 김정은의 한 장짜리 친서에는 '각하'라는 표현만 6번 등장한다. 6·12 정상회담을 "각하와의 뜻깊은 첫 상봉"이라며 "대통령 각하의 열정적이며 남다른 노력에 깊은 사의를 표한다"고 했다. "나와 대통령 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이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칭찬에 약한 트럼프의 환심을 사려 이전 미 행정부와는 다른 트럼프의 접근 방식을 '독특한 방식'이라 치켜세운 것이다. 친서 말미에는 "조·미 관계 개선의 획기적 진전이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주리라고 확신한다"며 2차 정상회담을 시사했다.

하지만 친서 어디에도 '비핵화'나 비핵화를 유추할 수 있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미·북 관계 개선 기대만 집중 언급했다. 김정은은 "대통령 각하에 대한 변함 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의 실천 과정에 더욱 공고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종전선언을 원하는 북한이 미국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양보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미군 유해 송환 등 북측의 합의 이행 때마다 미국이 즉각적이면서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뉴욕타임스는 "친서는 꾸밈이 심한 언어로 가득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포기 의도가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고 했다. 핵 전문가인 비핀 나랑 MIT 교수는 CNN에 "김정은은 (친서를 통해) '우리는 미·북 관계 재정립 후에만 핵에 관해 대화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트럼프 "미사일 실험장 추가 폭파할 것"

미국 내에선 12일 예정됐던 미군 유해 송환 관련 실무 회담에 북측이 일방적으로 불참한 것과 관련해서도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코리 가드너 상원 동아태소위원장(공화)은 "이번 회담 불참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한지 계속 의심하게 한다"며 "빈틈없는 대북 최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북한의 유해 송환 약속은 종이 한 장의 가치조차 없어 보인다"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인들에게 북한의 '악습'을 다시 깨닫도록 한 북한의 전략적 오류"라고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그들은 이미 하나의 (핵)실험장을 폭파했고 또 다른 미사일 실험장을 폭파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월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에 이어, 6월 미·북 회담 때 김정은이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이 곧 폐쇄될 것이란 얘기다. 트럼프는 "그들은 (선전 활동 중단 등) 많은 일을 했다"며 "우리는 3명의 인질을 되찾았고, 좋은 과정"이라고도 했다. 이 자리에서 폼페이오도 "북측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분명 비핵화할 의향이 있다"면서 낙관론을 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국 내 비판에 직면한 트럼프가 여론 전환용 카드로 김정은 친서를 꺼내 들면서 회담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며 "북측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활용해 최대 보상을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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