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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필리핀 수도 한복판에 '중국령 필리핀' 플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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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영유권 승소 2주년… 親中 행보 두테르테 비꼬아

조선일보

'중국의 한 지방인 필리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Philip pines/Province of China·사진).'

지난 12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시내 여러 곳에 필리핀을 중국령으로 표기한 정체불명의 플래카드들이 나붙어 당국이 급거 철거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이날은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지 2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필리핀인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육교 등에 내걸린 이 플래카드에는 빨간 바탕에 영어와 함께 중국어로 '歡迎來到中國的比律賓(중국의 필리핀에 오신 걸 환영한다)'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그러나 이 플래카드를 누가 내걸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SCMP는 "PCA의 판결에도 친중(親中)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반대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그를 조롱하기 위해 내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2016년 6월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해 7월 PCA의 승소 판결을 받고도 중국에 판결 이행을 압박하는 대신 남중국해 자원 공동탐사 등 협력을 추구해왔다. 심지어 지난 2월 방중 때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중국이 원한다면 필리핀을 중국의 한 성(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농담을 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제의 플래카드 사진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에 확산되면서 필리핀 네티즌들은 저마다 혀를 찼다. 한 네티즌은 "필리핀이 중국에 팔렸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을 비꼬았다. 일부 시민들은 '필리핀 영토를 지키자.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마닐라 주재 중국 대사관으로 행진하며 "중국, 물러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플래카드 사태는 야당과 대통령궁 간 설전으로도 번졌다. 야당인 시민행동당이 "남중국해 승소에도 중국에 압박하지 않은 것은 '자살골'을 넣은 것"이라고 비판하자, 해리 로케 대통령궁 대변인은 "플래카드 배후에 정부의 정적이 있다"며 야당을 겨냥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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