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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오바마·바이든이 액션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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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소설 美서 인기 폭발… 아마존 베스트셀러 올라

조선일보

소총 한 자루를 지닌 버락 오바마가 미 델라웨어주의 마약밀매단 소굴을 급습, 붙잡혀 있던 친구 조 바이든을 구해낸다. 바이든이 갱들에게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네놈들은 내 친구가 누군지 아는 것 같군." 갱 단원 한 명이 분한 표정으로 말한다. "(알카에다 수괴) 오사마 빈 라덴을 죽인 그놈이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등장하는 정치 팬픽(fan fic·팬이 스타 연예인 등을 주인공으로 만든 이야기) '희망은 죽지 않는다(Hope Never Dies·사진)'의 한 장면이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출간된 지 이틀 만에 아마존 액션·모험 소설 부문 1위가 됐다. 두 사람이 마약 범죄와 얽힌 지인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영국 탐정소설 주인공 셜록 홈스와 제임스 왓슨처럼 팀을 이뤄 뛰어드는 내용이다.

작가 앤드루 섀퍼는 풍자·패러디 소설로 유명한 이로, "2016년 민주당 대선 패배 이후 부쩍 커진 오바마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집필 동기였다"고 했다. 오바마의 자서전 '담대한 희망'에서 차용한 듯한 제목의 소설 곳곳엔 '브로맨스(bro mance·남자들의 우정)의 원조'로 불릴 정도로 끈끈했던 오바마·바이든의 집권기(2009~2016년)에 대한 향수가 묻어난다.

소설에서 바이든은 오바마에게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엘리자베스 워런(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전 국무장관) 세 여성을 거명하면서 "셋 중 누굴 대통령, 대법관에 앉히고, 또 누구와 결혼하겠느냐"고 묻는다. 두 사람 간 농담에서도 민주당 주요 정치인이 등장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2일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트럼프 시대에 대한 분노와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기 있던 민주당 출신 대통령을 내세운 '정치 팬픽'이 새 장르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작가 제임스 패터슨과 함께 백악관을 배경으로 쓴 추리소설 '대통령이 사라졌다(The President is Missing)'는 지난달 출간 뒤 아마존 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2위를 지키고 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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