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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기자의 시각] "차라리 黨을 해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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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원선우 정치부 기자


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째를 맞은 13일 자유한국당에선 느닷없이 '비대위원장 경선론'이 나왔다. 한 달 내내 마구잡이식 비대위원장 후보 찾기로 국민적 비웃음을 사다가 12일에야 겨우 후보 5명을 발표하더니 이마저도 여론조사 경선에 부치자는 것이다. '긴급 구원투수'마저 당권 경쟁식으로 뽑자는 듯한 얘기다.

비슷한 시각 국회 본회의장에선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사퇴를 요구하는 입장문이 친박(親朴) 의원의 휴대폰 문자로 돌았다. "김 권한대행의 반민주적 폭주에 더 이상 끌려갈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한 달 내내 벌어진 친박·비박(非朴) 간 계파 다툼이 본회의장에서도 이어진 것이다.

전날 비대위원장 선출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의총도 양측 간 싸움으로 난장판이 된 터였다. 양측은 "비대위부터 빨리 꾸리자" "현 지도부부터 물러나라"며 5시간 동안 맞섰다. 난파한 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서로 당권을 쥐겠다고 다투는 꼴이다. 이날 한국당 지지율(10%)은 정의당에도 따라잡혔다.

한국당은 한 달 전 선거 참패 직후 혁신비대위원회를 꾸려 뼈 깎는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한 달 내내 비대위를 놓고 헛공방만 벌였을 뿐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유시민 작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도올 김용옥씨, 전원책 변호사,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 등의 이름을 줄줄이 거명했다가 퇴짜를 맞는 상황이 이어졌다. 당 안팎에선 '바보들의 행진'이란 비난이 쇄도했다. 한국당이 12일 공개한 최종 후보 5인 명단도 한 달간 그 소동을 벌인 것에 비하면 혁신적이란 느낌은 거의 주지 못했다.

지난 한 달간 한국당은 국민적 현안에 대해서도 사실상 눈감고 있었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미·중 무역 전쟁, 북핵 문제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웠지만 대책을 내기는커녕 제대로 된 논평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권을 견제하고 서민을 대변해야 할 제1 야당으로서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것이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밝힌 '중앙당 해체' 등 당 개혁 방안도 내부 반발에 막혀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는 17일 전국위원회에서 반드시 비대위를 발족시키겠다지만, 친박계는 "김 권한대행을 끌어내리고 비대위를 저지하겠다"고 한다. 어디에도 당을 혁신할 인물이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당으론 보수 재건과 야권 재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선 "추락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한국당을 해산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선거 참패 후 한 달을 허송세월한 한국당이 다시 국민을 실망시킨다면 다음 기회는 없어질 것이다.

[원선우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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