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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식물의 삶처럼 느리게 흐르는 지중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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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중해의 영감|장 그르니에 지음|김화영 옮김|이른비|238쪽|1만5000원

프랑스 철학자 장 그르니에(1898~1971)는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스승이었다. 그르니에는 아름다운 산문을 여럿 남긴 에세이스트이기도 했다. 카뮈는 스승의 문체에 대해 "그 언어는 빠르게 흐르지만 그 메아리는 긴 여운을 남긴다"고 했다.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가 1980년 그르니에의 산문집 '섬'을 국내에 첫 소개해 한때 '그르니에 열풍'을 일으킨 뒤 오래간만에 그르니에 산문의 정수(精髓)가 담긴 '지중해의 영감'을 번역했다. 그르니에가 북아프리카와 남부 유럽을 품고 있는 지중해 연안 지역을 돌아다니며 쓴 산문집이다.

알제리의 카스바를 찾았던 그르니에는 "모르는 사이에 날빛이 푸른색 타일들의 색깔에서 노란색 타일들 색깔로 변해가도 그들(카스바 주민들)에게는 하루의 시간이 그냥 그대로 멈추어 있다"며 "식물들의 삶처럼 그렇게 늘어져 느리게 흐르는 삶이 무엇보다 시(詩)에 어울린다는 상상을 해보곤 했다"고 적었다. 그는 지중해 풍경을 통해 행복한 인생의 형상을 떠올리려고 했다. "마음에 와닿는 어떤 하나의 지형(地形), 그것이 바로 지중해의 정신을 만들어낸다. 공간일까? 그것은 어깨의 둥그런 곡선이며 얼굴의 타원형 윤곽이다. 시간일까? 그것은 해변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달리는 한 젊은이의 질주다."

그르니에는 책 서문에서 "지중해는 절대의 숭배로부터 그리고 행복의 숭배로부터 등거리에 위치할 수 있는 어떤 형이상학의 계시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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