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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엄마의 사랑, 숫자로 셀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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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북뱅크


세다|구스타 에리코 글|이노 가즈요시 그림|김숙 옮김|북뱅크|40쪽|1만3000원

홀쭉하게 마른 가즈오는 아이스크림을 네 개나 먹었다간 배탈이 나기 십상이지만, 통통하게 살이 오른 료타는 한꺼번에 여섯 개를 가져다줘도 '춥춥~' 잘만 먹는다. 숫자는 또 어떻고. 가즈오가 10까지 겨우 셀 때 료타는 100까지 세버리고, 장난감 스포츠카도 두 대나 있다며 자랑한다. 약이 바짝 오른 가즈오는 "아무리 그래 보라지. 나는 아빠도 엄마도 누나도 있다, 뭐" 하고 으스대는데, "난 엄마밖에 없다. 어쩔래?" 대거리하면서도 순간 풀이 죽어버리는 료타. 장난감에서 시작한 '많고 적음'의 물꼬는 철없는 두 아이의 쌈박질로 번지는데, 잠깐만! 수가 많기만 하면 다 좋은 걸까?

'가즈오는 혹이 일곱 개, 료타는 혹이 아홉 개 생겼는데 누가 더 아픈지 숫자로 셀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세다'의 본질을 파고드는 그림책이다. 무언가를 센다는 건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익혀나가는 중요한 동작 가운데 하나다. 옛날부터 인간은 막대기를 줄지어 놓거나 새끼줄로 매듭을 꼬면서 수를 헤아렸고, 점차 영리해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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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엔 셀 수 없는 것도 있다. 빛, 파도, 바람, 연기…. 엄마 혼자 아빠 몫까지 해내는 료타 엄마의 따뜻한 마음도 그렇다. 그러니 수가 많은 쪽이 무조건 이기는 게 아니라, 셈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떠한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 '셀 수 없이 많은 저 하늘의 별들을 보렴. 저 넓고 넓은 우주에 오직 하나뿐인 지구 그리고 오직 하나뿐인 나'라는 문장이 힘 있게 와닿는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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