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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Why] 한국 女警은 팔굽혀펴기 못해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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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체력 전부 아니다"여경 체력기준 완화 검토

"소방호스 제대로 못들어" 소방청은 상향조정 논의

"범죄·재난엔 남녀 없다" 미국·유럽선 기준 동일

남녀평등이 먼저냐, 안전이 먼저냐.

사회 여기저기 산불처럼 번지던 남녀평등 이슈가 이번엔 경찰과 소방관 채용 시험에서 치르는 체력 검정 시험으로 옮아 붙었다. 도화선은 이성은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의 최근 언론 인터뷰. 이 담당관은 여자 경찰 채용을 늘리면 치안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면서 "100m달리기나 팔굽혀펴기 등이 경찰 업무에 정말 필요한 역량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곧바로 역풍이 불었다. 경찰청에 항의가 쇄도한 것은 물론 청와대 국민 청원에 이 담당관을 징계하라는 청원도 7건이 올라왔다.

조선일보

미국(위쪽)과 한국의 경찰 채용 체력시험 모습. 한국에선 여성 응시자들이 무릎을 바닥에 대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을 허용해 “부실 체력 검정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튜브·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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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은 정반대 상황이다. 소방청은 여성 소방관 체력 시험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 여성 소방관 체력 시험 기준이 남성의 65% 정도에 맞춰져 있는데 이를 80% 정도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며 "현장에서 소방 호스를 제대로 들지 못하는 여성 소방관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도 현재 체력 시험에서 여성 수험생 합격률이 더 높기 때문에 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방청 역시 여성 단체의 반발 등을 감안해 연구 용역을 맡기는 등 계획 추진에 신중한 모습이다.

경찰과 소방관은 최근 10여년간 여성 비율이 꾸준히 확대됐다. 경찰과 소방관 모두 체력 검정을 하면서 여성에게 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비판의 대상이 됐다. 경찰 체력 시험에선 남성은 1분에 팔굽혀펴기 58개, 여성은 50개 이상을 해야 만점을 받는다. 거기다 여성은 무릎을 바닥에 대고 팔굽혀펴기를 해도 된다.

3월 현재 경찰은 전체 인원의 약 10.7%, 소방관은 7.8%가 여성이다. 경찰은 여경 비율을 1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 아래 여러 정책을 검토 중인데, 체력 시험 기준 완화도 그중 하나다. 찬반 논리 대결은 팽팽하다. 이 담당관의 말처럼 경찰 업무에서 체력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체력이 채용의 절대 기준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수사나 정보 수집, 성범죄 피해자 전담 수사 등이 그 예다. 이에 대해 "그런 주장이야말로 전형적인 역차별"이란 반론이 맞선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신모(31) 경위는 "체력이 필요한 업무는 기동대처럼 보통 고되고 기피 업무인 경우가 많다"며 "기획·인사처럼 체력이 필요치 않은 주요 보직에 여경을 배치하고 남성 경찰은 궂은 일만 하라고 하면 그것도 차별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유럽 선진국 대부분이 '범죄와 재난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경찰과 소방관 체력 시험 기준을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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