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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Why] 구청장 명함에 휴대폰 번호까지… "서초구민이면 누구나 제게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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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유일 서울 구청장에 당선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승리 비결'

구민이 체감하는 정치 실현

땡볕 막는 '道路 원두막' 등 실생활 도움 되는 정책 펴

선거 땐 '민주당 태풍' 속 유권자와 스킨십에 온 힘

2040 여성 지지 비율 높아

4년 전 구청장 취임할 때 국공립 어린이집 32개뿐

4년 동안 40개 더 늘려 '산모 돌보미' 제도 도입

조선일보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대표 업적 중 하나인 ‘서리풀 원두막’ 앞에 섰다. 횡단보도 앞에 설치돼 여름철 땡볕을 막아준다. 서리풀 원두막은 간단한 아이디어로 편의를 제공해 호평받았고 지금은 전국으로 퍼졌다. 조 구청장은 “시민이 체감하는 불편을 덜어주는 게 정치의 역할 같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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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가 자유한국당을 뽑은 게 아니라 조은희를 뽑은 거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자치구청장 25명 중 한국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당선된 서초구 조은희(57) 구청장이 받은 평가다. 조 구청장은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선거 서초구 지역표 중 한국당이 받은 34.8%보다 높은 득표율(52.4%)을 기록했다. 그의 선전에 대한 주목과 분석이 쏟아졌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쳤다" "유권자들과 스킨십이 좋았다"는 등 대체로 비슷한 말이 나왔다. 좀 더 자세한 '승리 비결'이 듣고 싶었다. 지난 3일 서초구청에서 만난 조 구청장이 건넨 명함에는 본인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보통 단체장 명함에 비서실 번호만 적혀있는 것과 달랐다. 조 구청장은 "구민이면 누구나 제게 문자를 보낼 수 있게 하고 싶다"며 "지금은 승리 축하 문자만 4000통 넘게 받아 1주일 넘게 답장 보내는 중"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소속 당에 귀한(?) 승리라 축하 전화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박관용 전 국회의장님이 '그래도 한 군데라도 전화할 곳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해주신 것이었어요. 마냥 기뻐할 상황도 아니었고, 나를 뽑아준 주민들도 앞으로 예전보다 더 엄격하게 절 평가할 거라고 생각하니 무섭기도 했어요."

―선거 현장에선 민심 변화를 체감했는지요? 민주당 태풍 속에서 선거전 치르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일단 사람을 모을 수 없었죠(웃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선거사무소 개소식도 안 했고, 선대위나 후원회도 만들지 않았어요. 혹시나 제가 떨어지면 선대위나 후원회에서 선의로 저를 도와준 분들이 낙인찍힐까 봐 걱정되더라고요. 지하 1층에 작은 사무실 하나 얻어놓고 열심히 발품 파는 유세를 했습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20~40대 여성들에게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비결이 있는지요?

"일상에 도움이 되는 행정을 한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4년 전 취임할 때 서초구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32곳뿐이었습니다. 4년 동안 40곳을 더 지었어요. 와서 보니 어린이집 지을 때 구의회 동의 받고 행정 절차 밟는 데 2년 걸리더라고요. 어린이집 짓기 적당한 부동산 매물이 나와도 절차 밟다 무산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의회를 설득해서 보육 기금을 130억원까지 조성했습니다. 매물이 나오면 일단 계약부터 할 수 있게 자금을 조성한 거죠."

서초구는 독특한 보육 정책을 앞장서서 도입했다. 엄마와 아이들만 이용하는 '모자(母子) 보건소', 손주를 돌봐주는 조부모들에게 매달 최대 24만원까지 주는 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출산한 여성의 산후 조리를 돕는 이들을 보내주는 '산모 돌보미' 제도도 있더군요. 보편 복지라는 우려도 있을 법한데 어떻게 도입한 겁니까?

"보편 복지가 무조건 악은 아니라고 봅니다. 부자든 아니든 출산 후 힘든 건 다 똑같잖아요. 힘든 사람에게 '나라의 보살핌을 받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게 복지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그걸 체감해야 국가를 신뢰하고 정치를 믿게 되는 거죠."

―민방위 교육도 꼬박꼬박 참석해서 민원을 듣고 심지어 본인 휴대전화 번호도 서슴없이 가르쳐주시는 걸로 유명하더군요.

"제가 여성이나 나이 든 남성들 마음은 좀 알겠는데 20~30대 남성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주위에선 '젊은 사람들은 구청장 오는 걸 싫어한다'고 말렸어요. 처음엔 정말 시큰둥하더군요. 제가 적극적으로 민원을 듣고 그걸 해결하기 시작하니까 서서히 시선이 바뀌더라고요. 자전거 보험 같은 정책 아이디어도 그들에게서 나온 겁니다. 구정(區政)에 그런 식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정치인의 일 중 하나라고 봅니다."

―선거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세하며 "서초구가 서울시와 갈등을 일으켰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지방선거 결과 지도를 보니 서울서 서초구 혼자 고립된 섬 같아 보였습니다. 시와 반대되는 정책을 펼치기 더욱 어려운 환경이 된 셈인데 복안이 있으신지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소수자 배려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말해온 분입니다. 박 시장의 유세 발언은 '선거용 레토릭'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소수인 서초구 의견도 존중해 줄 것이라 봅니다. 좋은 독재도 독재이듯 소수 의견을 어떻게 잘 수렴하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 박 시장도 시험대에 있는 것 같습니다. 서초구도 서울시와 협력할 건 협력하며 최대한 협치해 나갈 겁니다. 최근 서울시 구청장 워크샵 때 모든 구청장이 박 시장에게 하나씩 건의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거기서 박 시장이 다른 구청장 얘기엔 답하지 않았는데, 제가 건의한 서초문예회관 부지교환 건의에 대해선 유일하게 들어주겠다고 답하시더라고요. 앞으로도 서울시와 협력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걸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현안은 역시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문제입니다. 국토교통부 및 서울시와 입장 차가 큰데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인지요?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한 과세이며 또 부당한 이중과세라고 봅니다. 재건축 부담금을 우선 걷었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겁니까. 돌려주는 규정도 없어요. 부담금 산출 토대가 되는 한국감정원의 공시가격도 구체적 산정 근거가 공개되지 않습니다. 산정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전문가의 검증 체계가 마련돼야 합니다. 서울시가 재건축 부담금을 거둬서 남북 균형 발전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공약을 했는데, 서초구서 징수된 재건축 부담금을 다른 지역에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시 균형 개발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 재원을 다른 지역 주민들이 부담하는 것은 역차별입니다. 수혜자 부담 원칙에도 어긋나죠."

[권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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