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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北에 우리 이야기가 담긴 숲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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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나무 심는 소셜벤처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매일경제

'당신이 반려나무 한 그루를 입양해 키워주시면 또 다른 나무를 북녘에 심겠습니다.'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요즘 '당신의 나무를 북으로 보내주세요' 프로젝트 막바지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그는 지난 주말 강원도 고성군 양묘장에 다녀왔다. 북한에 보낼 밤나무 묘목들이 쭉쭉 자라고 있었다. 그는 "고성 양묘장에서 산 몇 개만 넘으면 바로 북한이더라. 가깝지만 멀다는 말을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강원도 고성군은 우리나라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북쪽 땅으로 북한 자연환경과 유사하다. 따라서 이곳을 양묘장으로 선정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서울 성동구 서울숲 맞은편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트리플래닛은 다른 소셜벤처들과 함께 사무실을 나눠 쓰고 있다.

"나무 심기는 누구에게나 좋습니다. 나무 심어서 피해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죠. 정치나 이념을 떠나서 북녘 황무지에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입니다."

원래 김형수 대표의 꿈은 환경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중학생 때 8㎜ 비디오 카메라로 단편영화를 찍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찍은 환경 다큐멘터리로 LG상록재단에서 주는 장관상을 수상했다. 가장 좋아하는 채널이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이었다. "대학생 때도 환경 다큐멘터리를 계속 찍다가 어느 순간 다큐멘터리만으로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행동하기 위해 트리플래닛을 창업했습니다."

트리플래닛은 이야기가 담긴 숲을 만든다. 숲이 자라면서 그 이야기가 영원히 기억되도록 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 12개국 190개 숲에 나무 79만그루를 심었다. 국내에선 세월호 기억의 숲, 팬클럽에 의한 스타숲, 서울로7017 등 다양한 숲 조성 사업을 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참여자가 2만~3만원짜리 화분 속 작은 나무를 구입해 키우면 트리플랫닛이 또 다른 나무를 북한에 심는다. 참여자 이름은 고성 양묘장 입구 현판에 각인되며 숲 조성 소식을 꾸준히 공유할 수 있다. "숲에 스토리를 얹고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민 참여와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요.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사람을 많이 모을수록 힘이 커져요. 다만 크라우드 펀딩은 한시적이기에 지속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북녘에 보낼 나무는 밤나무, 비타민나무, 주목 등이다. "나무가 식량과 소득을 가져다주지 못하면 결국 사람들이 베어버려요. 그래서 식량문제와 비타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나무와 상록수인 주목을 보내기로 결정했어요."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정부와 함께 진행한다. 동부지방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은 북한 어디에 나무를 심을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철도·도로 회담에 이어 남북이 지난 4일 판문점에서 산림협력분과 회담을 시작했잖아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좋다고 해요. 산림 협력은 여타 부문보다 대북 제재에 저촉될 여지가 작고, 북측 산림 황폐화가 심각하니 북한에 갈 날이 멀지 않았어요."

어디까지나 북한에 나무 보내는 프로젝트는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됐다. "대학교 때부터 탈북 청년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이 안타까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었어요. 마을로 가면 갈수록 나무가 없어진대요. 산에 나무가 없으니 산사태에 노출되고 생태계가 무너져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생하게 들었습니다. 환경적 측면에서 순수하게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2016년에 처음으로 북으로 보내는 숲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양묘장은 인천이었어요."

김 대표는 세상은 개인이 변해야 변한다고 믿는다. "최근 수도권 모든 쓰레기가 모이는 수도권매립지에 나무를 심으면서 환경문제는 정부·기업·NGO(비정부기구)·소셜벤처가 아닌 결국 개인이 변해야 해결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개인이 환경을 위할 수 있는 시작점이 바로 나무 심기예요. 나무 심기는 하나의 상징적 행위인 셈이죠. 이를 통해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늘어날 거라고 확신합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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