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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난개발된 고향 제주서 `틈` 찾아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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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 '가송 예술상' 대상 받은 강태환 설치미술 작가

매일경제

강태환 작가가 자신의 설치작품 `비움공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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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환 작가(35)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 바람과 현무암, 바다에 둘러싸여 숨 쉬는 게 좋았다. 하지만 고향에 개발붐이 불고 건물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답답해졌다. 숨 쉴 틈을 찾아 헤매던 작가는 자연의 숭고함을 담은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직접 키운 이끼로 만든 작품을 내걸고, 거울 효과를 내는 스테인리스스틸 작품으로 주변 공간을 품었다.

2012년부터 시작한 '틈' 연구 작업이 최근 결실을 맺었다. 동화약품 부채표 가송재단이 주최하는 '2018 가송 예술상' 대상을 거머쥔 것이다. 작가는 "내가 그동안 천착해온 작업을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는 대상을 받아 기쁘다"며 "서울에서 좋은 전시 기회를 준 가송재단에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은 제주 바닷물 위에 길게 늘어선 투명 광섬유들에 부채표 활명수 상징인 접선(접는 부채) 이미지를 펼친 작품 '비움공간'이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가송 예술상 전시 '여름생색'에서 조명을 받아 은하수처럼 반짝거렸다.

전시장에서 만난 강 작가는 "나에게 틈이란 바람이 통하는 곳, 숨 쉬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살고 있는 제주도가 난개발되면서 현무암 돌담이나 빌딩 숲 사이 등 틈을 찾게 됐어요. 공간의 틈을 광섬유를 사용해 조형적으로 표현했어요. 광섬유 속에 비치는 여러 부채 모습들을 통해 '숨 쉬는 공간, 바람이 지나는 길'을 만들었죠. 부채가 일으키는 바람 이미지를 활용했어요."

전시장 에어컨 바로 아래에 작품을 설치해 부채 모습이 흔들리면서 잔상을 만들어낸다. 광섬유를 조각해 원하는 곳에 빛(조명)이 새어 나오게 했다. 수조에 담은 제주 바닷물에 작품의 빛과 관람객들이 함께 비친다. 그가 직접 고향 바닷물 2ℓ를 물통에 담아 비행기로 공수했다.

작가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소우주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주대학을 졸업한 그는 인체 구상 조각을 만들다가 제주 습지와 난개발에 영감을 받아 설치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용암 틈 사이에서 지하수가 생성되고 이끼와 사계절 식물이 어우러진 습지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끼가 자연의 원초라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잡풀이지만 물과 영양이 집중돼야 생기죠. 그래서 제주시 도남동 작업실에서 이끼를 키워 작품에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자연의 원천인 습지를 보면서 어릴 적 뛰놀던 제주와 과거 향수가 떠올랐죠. 제주가 개발되면서 생활이 윤택해졌지만 자연의 숭고함을 잊고 경외심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경각심이 들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틈 작업을 해나갈 겁니다."

가송 예술상 우수상은 인터미디어Y, 컬래버레이션상은 오흥배 작가, 특별상은 정성윤 작가가 수상했다. 부채표 가송재단은 '기업 이윤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윤광열 동화약품 회장과 부인 김순녀 여사의 사재 출연을 통해 2008년 설립됐다. 장학사업, 학술연구 지원 사업에 이어 예술계 젊은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함으로써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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