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 1995년, 금속 지지대에 폴리에스터 레진과 유리섬유, 287x213x113㎝, 개인 소장. |
부유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생팔은 갈색 머리에 푸른 눈, 가녀린 몸매와 흰 피부를 가진 전형적인 백인 미녀였다. 십대 때에 '라이프'와 '보그' 같은 대중 잡지의 표지 모델로 세상에 얼굴을 알렸으니 겉보기엔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이었다. 그러나 부모는 어린 자녀들을 학대했고, 일찍 결혼해 아이를 낳은 생팔은 몸매가 망가질까 두려워하다 약을 먹고 신경쇠약으로 정신병원에 가야 했다.
생팔은 예술을 통해 이처럼 엄격한 종교, 보수적 가정, 인형 같은 미모의 밑바닥에 도사린 위선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고, 풍성한 몸을 당당하게 드러낸 '나나'는 그녀처럼 사회 통념에 갇혀 살아야 했던 모든 이들을 대신해 자유롭게 춤을 춘다.
‘나나’는 생팔의 마음을 치유했지만, 몸에는 독이 됐다. 유리섬유와 폴리에스터 등의 화학 재료를 지속적으로 흡입했던 그녀는 젊어서부터 호흡기 질병을 달고 살다 만성 폐기종으로 사망했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