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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76] 죽음으로 가는 운전 중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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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운전 중 통화 방지 캠페인, 발주처: 벵갈루루 교통경찰, 디자인: 무드라 그룹, 2010년.


통화하던 사람의 손에 들린 핸드폰에서 튀어나온 핏덩이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큰 충격에 잔뜩 찡그린 얼굴과 가슴에도 핏방울이 튀었다. 이 포스터는 한눈에 통화 중이던 상대방이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손 글씨로 '운전하는 그(그녀)와 통화하지 마세요(Don't talk while he/she drives)'라고 작게 쓴 핏빛 문안이 운전 중 통화의 위험성을 강조해준다. 검붉은 색과 대비되는 초록색 원형 마크는 이 캠페인을 주도한 인도 벵갈루루시(市) 교통경찰의 로고이다. 2010년 4월 벵갈루루 교통경찰은 운전 중 통화는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무드라 그룹(Mudra Group)에 옥외광고 캠페인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주노 사이몬(Joono Simon)이 이끄는 디자인 팀은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운전자뿐만 아니라 통화를 한 상대방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광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치밀하게 화면을 구성하고 색채를 계획했다. 핸드폰을 든 손과 얼굴 사이에서 퍼지는 핏자국으로 긴장감을 조성했다. 끔찍한 인명사고를 연상시키는 핏빛을 부각시키려고 화면 전체를 칙칙한 색조로 채웠다. 충격적인 사진을 활용하여 메시지를 강하게 각인시킴과 동시에 입소문이 널리 퍼지도록 했다. 운전 중 통화는 술이나 마약에 취한 것과 다름없고, 핸즈프리를 사용해도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연평균 4만8000여 건이 적발되고, 251건의 사고로 42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이 포스터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인하여 보는 사람에게 혐오감이 들게 하지만, 운전하고 있는 사람과는 절대로 통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데는 대단히 효과적이다.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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