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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재계 "장하성 사태 봤지 않나… 국민연금 官治경영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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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관치(官治) 경영' 얘기까지 나와요.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사 개입 건만 봐도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20대 대기업의 한 임원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취지는 공감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선 경영권 간섭에 악용될 게 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충직한 집사(스튜어드·steward)'처럼 주식을 가진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행동 지침을 일컫는 말이다. 이달 말 국민연금도 도입할 예정이다. 외국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우리와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독립적으로 기금 운용이 이뤄지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복지부 장관이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대통령이 이사장을 임명한다. 기금 운용이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 정책을 따르지 않거나 여론에 밉보인 기업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국민연금은 최근 대한항공이 '물컵 갑질' 논란으로 여론 비난이 커지자 회사 측에 사태 해결 방안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 경영권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기금은 626조원, 국내 주식시장에만 131조원가량을 투자해 놓고 있다. 우리 증시 시가총액의 7%가량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은 298곳에 달한다. 삼성전자(9.9%), 현대차(8.02%), SK하이닉스(10%), 포스코(10.82%), 기아차(7.08%) 등 웬만한 주요 기업의 1·2대 주주로 올라 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사외이사 및 감사 추천을 비롯해 주주대표 소송, 경영진 면담, 지배 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대한 중점 관리 등 적극적인 경영 참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연·기금 눈치 보느라 미래 준비는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용 기자(js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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