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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현미경] 프랑스의 상징 '마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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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새학기부터 초등과정 포함… 자유·평등·박애의 여성 나타내

조선일보

프랑스 교육부가 오는 9월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교육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교과 과정에 포함시킨 내용 중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마리안(Marianne)'을 가르치도록 한 것이다.

마리안은 누구일까. 마리안은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 정신을 상징하는 여성상을 말한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혁명과 공화정의 가치를 담고 있는 여성을 마리안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재(實在)했던 인물이 아니라 시대적인 가치를 부여한 가공의 인물이다. 마리안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대혁명 시기에 서민층에서 흔한 여자 이름이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가공의 여성인 마리안이 구체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1830년 작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계기가 됐다. 이 그림에는 왼손에는 장총(長銃), 오른손에는 프랑스 국기인 삼색기를 들고 혁명을 독려하는 자유의 여신이 형상화돼 있다. 이 그림이 인기를 끌면서 마리안이 이런 형상일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848년 '2월 혁명' 때 마리안은 프랑스 공화국의 상징물로 지정됐다. 19세기 말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축하하는 선물로 보낸 뉴욕 자유의 여신상도 마리안상(像)의 일종이다.

현재 프랑스 정부가 사용하는 공식 로고에도 마리안의 얼굴 옆모습이 들어가 있다. 전국 3만6000여곳의 관공서 입구마다 마리안상이 세워져 있다. 종종 프랑스를 상징하는 여성이 누구냐에 대해 가공인물인 마리안과 실존 인물이었던 잔다르크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보수 진영은 종교적 가치를 대변하는 잔다르크를, 진보 진영은 대혁명을 상징하는 마리안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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