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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무대서 심장발작한 셈…지지율 10%P 빠지면 못 버텨" [美 정치전문가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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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첫 미 대선 TV토론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 사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관련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설문 결과다.

두 변수는 지지율 하락 폭을 10%포인트 이내로 방어할 수 있는지, 또 바이든의 결정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사퇴를 직언할지 여부 등이었다. 오바마와 질 여사는 토론 이후에도 바이든 지지를 공식화했는데, 만회하기 어려운 지지율 하락이나 수그러들지 않는 교체론 등 상황이 변할 경우 입장을 바꿀 여지가 있을 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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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과 대선 토론 도중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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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쥔 사람은 오바마와 영부인”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는 “바이든은 후보직을 내려놓고 싶어도 자신 때문에 (민주당의)대선 패배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어 사퇴를 발표할 수 없는 처지”라며 “현 시점에서 거취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 전체가 신뢰할 수 있고 이후 상황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당신은 이길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직언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는 “현 민주당의 최대 지분을 가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통령의 정치적 조언자인 질 바이든 여사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당장의 대안을 찾기 어려운 데다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사안에 대해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침묵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일단 ‘키맨’ 두 사람은 바이든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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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TV토론을 마친 뒤 질 바이든 여사를 따라 스튜디오를 빠져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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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토론 직후 소셜미디어에 “토론이 잘 안 되는 날은 있기 마련”이라며 바이든을 지지했다. 질 바이든 여사는 토론 직후 이틀 연속 현장 유세에 동행해 지지를 호소하며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그러자 공화당은 바이든의 손을 잡고 움직이는 질 여사의 모습과 함께 “누가 군 통수권자인가”, “노인 학대를 하고 있다” 등 문구를 단 영상을 유포하고 있다. 바이든이 영부인의 ‘입김’에 휘둘리는 듯한 구도를 연출, 새로운 공격 포인트로 삼겠다는 의미다.



“10%포인트 떨어지면 못 버틴다”



본지 설문에 응한 전문가 전원은 “토론 이후 바이든의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 문제는 하락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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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1969년 스톤월 폭동 55주년을 맞아 열린 스톤월 국립기념물 방문자 센터 개관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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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슈워츠 밴더빌트대 교수는 “거취를 정할 결정적 요인은 결국 향후 한 달동안 지지율 방어를 얼마나 할 수 있느냐”라며 “만약 바이든의 지지율이 지금보다 10%포인트 이상 하락할 경우 후보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바이든이 유권자의 우려를 불식할 실질적 성과를 당장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지율 하락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며 “빨리 계기를 만들지 못할 경우, 미국의 대통령이 돼선 안 되는 사람이 당선되는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까지 듣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바이든의 지지율 만회를 위해선 극적인 경제 상황 개선이나 국경 위기의 해소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해당 사안들은 모두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바이든의 선택은 오바마가 재선을 앞두고 펼쳤던 소위 맞춤형 행정명령뿐이지만, 이 역시 현재 상황에서 긍정적 효과를 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전대서 후보 정해야”…“침묵해선 안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후보 교체론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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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진행된 CNN의 미국 대선 TV토론 화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중 연신 단상 위 종이에 무언가를 적으면서 절반씩 분할해 송출된 화면은 트럼프의 호통에 대해 바이든이 고개를 숙인 듯한 장면이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CNN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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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주립대 교수는 “이번 TV토론을 건강에 비유하면 주인공이 공개 무대에서 심장마비 발작을 일으킨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대중 앞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킨 바이든은 이제 책임감을 내려놓고, 이를 명예롭게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속히 새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바이든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원래 예비경선이 아니라 전당대회를 통해 정해지는 것”이라며 “그동안의 경선 결과를 백지로 돌리고 8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후보들이 경쟁하는 새로운 드라마를 만드는 방안이 현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미트 교수는 바이든을 대신할 대안과 관련해선 “부정 평가로 흘러버린 바이든 정부에서도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는 ‘차기 후보’들을 당겨 쓰는 것이 낫다”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의 실명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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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역대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며 ‘대선 족집게’로 불리는 앨런 리히트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공화당은 거짓말을 일삼는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반면, 민주당은 자당 후보의 첫 역경 징후가 나타나자 후보를 버릴 생각부터 한다는 메시지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25년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이런 조건에서 승리한 정당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다.

리히트먼 교수는 그러면서도 “진짜 비극은 나쁜 사람들의 억압과 잔인함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침묵”이라는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의 말을 인용하며, 민주당이 계속 위기 상황에 침묵할 경우 더 큰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트럼프 대결선 트럼프 승리”



실제 전문가 5명 모두 지금의 구도가 유지되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의 대응 전략도 마땅치 않다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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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선거 유세 행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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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트 교수는 “바이든이 자진 사퇴를 거부할 경우 민주당의 마지막 전략은 이미 합의한 9월 TV토론을 취소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며 “과거보다 3개월 앞당긴 토론이 반전의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실수”라고 말했다.

슈멀 교수는 “토론에서 트럼프가 점수를 딴 것은 사실 바이든이 너무 못했기 때문”이라며 “토론 내내 거짓말과 회피 전략을 반복했다는 비판을 받는 트럼프의 입장에서 굳이 2차 토론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 정도가 그나마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서정건 교수는 “민주당 전대에서 새 후보를 지명할 수는 있지만, 예비선거 결과를 무시하고 대의원이 후보를 정하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이란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며 “다만 이미 이번 대선이 전대미문의 사건들이 모두 등장하는 예측 불가 상황인만큼 바이든과 민주당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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