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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사건 블랙박스] 응급환자 이송 중 신호위반 사고… 구급대원 이대로 처벌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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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 중인 환자 태우고 교차로 지나다 사고… 환자 사망

유족은 "괜찮다, 고맙다" 했지만 사망 원인 교통사고면 처벌될 듯

신호는 빨간불이었다. 광주북부소방서 임동119안전센터 최모(36) 소방교가 모는 구급차는 비상등을 켠 채 도로 맨 오른쪽 4차로로 교차로에 진입했다. 구급차에 탄 90대 할머니는 대원들의 심폐소생술에도 30분째 맥박이 없었다. 병원은 3분 거리였다. 교차로 중간을 통과하는 순간 '쿵' 소리와 함께 구급차가 옆으로 쓰러졌다.

지난 2일 광주광역시에서 구급차와 스타렉스 승합차가 충돌해 구급차에 타고 있던 90대 환자가 숨졌다. 이 사건은 최 소방교가 경찰에 입건되면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구급차는 신호·속도 위반이 허용된다. 하지만 사고가 나 전치 3주 이상 피해자가 나오면 처벌(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된다. 네티즌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최 소방교를 처벌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조선일보

지난 2일 광주광역시 한 교차로에서 구급차와 승합차가 충돌했다. 구급차에서 튕겨 나온 대원(원 안)이 환자를 살피기 위해 기어가고 있다. /광주북부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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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고로 최 소방교 등 구급요원 4명과 상대편 운전자가 전치 2주의 경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최 소방교는 동료에게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려고 하려는 마음뿐이었다"며 "상대편 차를 못 봐서 피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상황을 다시 떠올리기 괴롭다"며 인터뷰는 거절했다. 한 동료는 "최 소방교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치료를 받을 예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소방교와 동료들은 이날 오전 10시 17분 "식사하던 할머니가 갑자기 숨을 못 쉰다"는 신고를 받고 7분 후 현장에 도착했다. 심폐소생술에 이어 심실제세동기, 심장근육 수축제까지 동원해 26분간 치료했지만 맥박이 돌아오지 않았다. 오전 10시 50분 할머니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가 출발했고, 7분 후 사고가 일어났다. 구급차 안에서 할머니에게 공기 튜브로 산소를 주입하던 황모(36)·안모(23) 대원과 보조 역할을 하던 응급의료학과 대학생 김모(23)씨가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최 소방교의 입건과 할머니 부검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에는 "유족이 보상을 바란다"는 괴소문이 돌았다. 광주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유족들은 소방서로 전화를 걸어와 "대원들이 최선을 다해줘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고 한다. 항의하거나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스타렉스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파란불을 보고 교차로에 진입하긴 했지만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탑차 때문에 왼쪽에서 오는 구급차를 못 봤다"는 것이다.

최 소방교의 처벌 여부는 숨진 할머니의 부검 결과에 달렸다. 구조 당시 할머니가 맥박이 뛰지 않았지만 병원의 사망선고는 충돌 사고가 일어나고 1시간 30분 후인 이날 낮 12시 24분 내려졌다. 교통사고가 사망 원인으로 밝혀지면 최 소방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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