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좋아하는 가물치가 미국에서는 생태 교란 외래어종이다. 다른 어종을 다 잡아 먹기 때문이다. ‘뱀 대가리(snakehead)’라고 부를 정도다. 2002년 7월 메릴랜드주 크로프턴의 한 작은 연못에서 가물치 치어 수천 마리가 발견되었다. 시 당국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보신용으로 먹기 위해 몰래 방류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러곤 독약을 풀어 가물치를 모두 폐사시키고 연못을 없애버렸다.
▷지난해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남미가 원산인 붉은불개미 1000여 마리가 처음 발견됐다. 붉은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이다. 독침을 갖고 있어 사람이 쏘일 경우 통증과 가려움은 기본이고 심하면 쇼크에 이를 수도 있다. 또한 농작물 뿌리를 갉아먹고 파충류, 토착 개미에도 엄청난 타격을 준다. 붉은불개미는 생존력과 번식력이 강해 홍수나 가뭄은 물론 영하 9도의 날씨에서도 살아남고 특히 6∼9월에 활동이 활발하다.
▷6, 7일 인천항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붉은불개미가 또 발견됐다. 벌써 6번째다. 이번엔 처음으로 여왕개미도 한 마리 나왔다. 여왕개미는 그동안 발견된 일개미와 달리 알을 낳아 번식한다. 그래서 무섭다. 이미 토착화해 번식 중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평택항에서 애벌레가 나왔을 때 번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방역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8일 국내 번식 단계는 아니라며 화물 컨테이너 화주(貨主)와 국민들의 신고를 당부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붉은불개미의 공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광표 논설위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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