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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사설]尹 이태원 참사 음모론 언급, 사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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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27일 일부 공개한 회고록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눴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지만 민주당 인사가 같은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어제 추가로 주장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김 전 의장의 회고록에 따르면 대통령의 이 발언은 참사 발생 한 달여 후인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 이후 독대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김 전 의장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하자 대통령이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억울한 일’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의원도 그때 김 전 의장에게서 전해 들은 대화의 메모를 근거로 윤 대통령이 ‘좌파 언론들이 사고 2, 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이 공개한 회고록 내용만으로는 윤 대통령이 어떤 맥락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는지 정확한 진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극적인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이나 입에 올릴 음모론을 입법부 수장 앞에서 거론했다면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참사 직후부터 언론의 취재를 통해 경찰과 구청이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사전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압사를 우려하는 10여 차례의 112 신고 전화가 묵살된 사실이 줄줄이 드러났다. 여기에 음모론이 끼어들 데가 어디 있나.

국회의장이 임기를 마친 직후 회고록을 내고 현직 대통령과 단둘이 대화한 내용을 공개한 것이 진중한 처사로 보이진 않는다. 각종 음모론에 편승해온 민주당이 음모론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정 운영 과정에서 음모론에 귀를 기울였던 것이 사실인지 진상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전에도 윤 대통령이 ‘대체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들었기에…’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는 일이 없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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