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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南 궁금한 평양 "남조선 남자들 `미투` 왜 그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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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농구취재단 평양 르포

매일경제

남북 통일농구대회 단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이 5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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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집값은 물론이고 미투 운동,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 상태 등 최근 한국의 이슈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남북 통일농구경기 취재를 위해 방북한 우리 취재진에 따르면 북측 관계자는 최근 순방 후 심한 감기 몸살에 걸렸던 문 대통령 소식을 물으며 "몸살이 나셨다는데 많이 안 좋으신 거냐" "근데 왜 그렇게 되신 거냐"고 걱정스럽게 묻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 취재진에게 "서울은 방값이 한 달에 얼마나 합니까" "그런 걸 월 얼마씩 내고 있는 거죠" "전기, 난방 이런 돈까지 합치면 한 달에 한 200달러쯤 냅니까" 등 질문을 했다.

또 다른 북측 관계자는 "남조선 남자들은 왜 그러느냐"고 먼저 미투 관련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우리 취재진의 모습에 비친 평양은 북한의 정부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이른바 9·9절 준비에 바쁘고 반미 구호가 사라진 모습이었다.

남측 방북단의 숙소인 고려호텔로 돌아오는 길, 인민대학습당 앞 김일성광장에는 매일 저녁 광장을 가득 메울 정도의 대규모 인원이 목격됐다. 지난 3일에는 중년 여성들이, 4일에는 청소년들이 주를 이뤘다. 4일 저녁에는 김일성광장은 물론이고 평양대극장 앞에까지 청소년들이 운집했다. 주민과 청소년들은 흰색 옷차림으로 손에 막대풍선을 들었다. 북측 관계자는 "9·9절이 있으니 그것을 준비하는 거지"라고 설명했다.

평양시 곳곳에 설치된 선전 간판 등에서는 반미 구호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심단결' '계속혁신, 계속전진' '만리마 속도 창조' '인민 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등 내부 결속과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독려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취재진이 사흘째 평양에 머물며 확인한 반미 구호는 만수대언덕 주변뿐이었다. 평양 방문 경험이 있는 남측 당국자는 "북한 선전물의 숫자도 크게 줄었지만 반미 관련 내용도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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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북한 평양 옥류관을 찾은 손님들이 냉면을 먹고 있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북한은 우리 취재진의 편의를 최대한 제공하면서 과거보다 제지를 덜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상이 찍힌 사진과 영상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측 관계자는 "혹시라도 최고 존엄의 초상이 걸려 있는 장면이 삐뚤어지게 잡혔거나 초상이 한 귀퉁이라도 잘린 채 나가는 건 굉장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하며 남측 기자들이 찍은 영상과 사진을 확인했다.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 모습이 걸린 건물 사진이 잘 찍힌 것을 보고는 "아주 반듯하게 잘 모시었습니다"고 만족해했다.

평양 시내 여성들의 화려한 패션도 눈길을 끌었다. 여성들은 우리의 양산보다 장식과 디자인이 훨씬 화려하고 색상도 다양한 양산을 들고 다녔다. 하이힐을 신은 여성도 많아 20·30대 여성은 물론이고 40·50대 중년 여성 중 상당수가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다.

북한식 미용 서비스는 우리와 닮아 있었다. 고려호텔 지하 1층에 있는 미용실에는 머리 빨기(샴푸·2달러), 건발(드라이), 머리 모양 만들기(말려준 뒤 드라이로 머리 모양을 잡아주는 것), 긴 머리 전기파마(45달러), 짧은 머리 전기파마(30달러), 영양(15달러·40달러·50달러) 등으로 구분돼 있었다. 남한처럼 서비스, 성별, 머리 길이 등에 따라 가격이 차등화돼 있는 것이다. 한 취재진이 샴푸 서비스를 요청하자 북측 미용원은 "머리가 많이 안 좋다. 영양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영양을 마치자 이 미용원은 "영양을 했으니 건발(드라이)은 서비스로 그냥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드라이 시 웨이브를 주는 드라이 기법 역시 우리와 같았다.

[평양공동취재단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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