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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한국여성들 미투운동 보며 국제적 자매연대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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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짬] 미국 코넬대 법여성학자 신시아 보먼 교수

한겨레

오랜 시간 법여성학을 연구해온 학자의 눈에 한국의 미투 운동은 어떻게 비칠까. “미투 이후에 일어나고 있는 집회에 수만명의 여성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이 가장 고무적이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위민스 마치’(여성 행진)가 있었지만, 벌써 1년6개월이 지난 일이니까요.(웃음) (혜화역 시위 등은)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했지만, 변화를 바라며 성평등을 위해 헌신하는 한국 여성들의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국제적 지식인공동체인 메리디안180 한국사무국(대표 김유니스 교수)이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젠더법학연구소와 공동 개최한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코넬대 신시아 그랜트 보먼 교수는 26일 <한겨레>와 만나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미투 운동에서 국제적인 자매애와 연대를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학·법학 바탕 ‘법여성학’ 연구
1994년 첫 ‘페미니즘 법학’ 이론정립
이화여대·메리디안180 초청 방한


“트럼프 당선이 미국 미투운동 촉발”
‘성권력 불균형’ 드러내 여성들 분노
“피해자 증언 믿고 응원해 큰 변화”


컬럼비아대학과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각각 정치학과 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보먼 교수는 여성 법조인, 성희롱, 아동성학대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 등 법여성학의 문제를 폭넓게 연구해온 권위자다. 1994년 출간한 <페미니즘 법학>은 법여성학 이론을 최초로 정립한 저술로 손꼽힌다.

지난 25~26일 이틀간 이화여대에서 ‘#미투운동과 동거인의 법적 취급’을 주제로 강의한 보먼 교수는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의 주요한 원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성차별 끝에 터져나온 여성들의 분노’가 맞물렸다는 점을 꼽았다.

“자신같은 유명인사는 여성의 사타구니를 잡을 수 있다고 자랑한 남성이 미국의 대통령이 된 현실은, 성별간 권력의 불균형을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그 덕분에 역설적으로 여성들의 피해 증언이 이전보다 훨씬 큰 신뢰를 얻었죠.”

그는 수십년간 이어져온 반 성폭력 운동과 미투 운동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도 ‘피해자의 말을 믿는 사회적 신뢰’가 커졌다는 점을 꼽았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해온 여성들은 모두 예민하거나, 조직에 반항하거나, 남성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꽃뱀’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성폭력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피해 여성의 고백은 믿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인식의 전환이죠. 이는 피해자의 말을 의심해왔던 법정과 배심원의 편견을 교정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보먼 교수는 미투 이후 심해지고 있는 백래시(반격) 현상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백래시는 페미니즘과 함께 지속된, 매우 오래된 과제나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도 여전히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하면 많은 공격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죠.”

그는 이어 “많은 여성들이 싸우고 노력한 덕분에 전보다는 페미니즘의 가치가 조금씩 받아들여지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며 “페미니즘의 가장 명백한 목표인 성평등을 위해 계속 저항하고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보먼 교수는 최근 동거 커플의 법적 보장을 넓히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동거 커플에 대해서, 2년 이상 같이 살거나 아이를 낳으면, 법적 혼인관계가 받는 법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24일 “동거 커플의 출산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할 것”이라고 지시한 바 있다.

“미국법상 동거 커플은 헤어질 때 재산분할, 상대방 사망시 상속 등의 배우자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합니다. 특히 이들이 분리(이별) 됐을 때 가장 취약한 집단은 여성과 아이들입니다. 여성이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그 악영향은 아이들에게까지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동거 커플을 보호하는 것이 여성인권과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미투 운동 이후 많은 여성들은 ‘미투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보먼 교수 역시 앞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와 사회적 지지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성폭력 피해자들은 혼자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여성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하고, 또 주변에서는 이를 믿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미투 운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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