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로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여느 유럽 관광 도시처럼 ‘투어리즘 포비아(관광객 공포증)’을 앓고 있는 바르셀로나가 예외적으로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한 건물에 적힌 ‘관광객은 물러가라, 난민은 환영한다’는 문구. /유튜브 캡처 |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은 지난 17일 이탈리아와 몰타 정부의 거부로 9일간 바다 위에서 표류했던 난민 629명을 받아들였다. 스페인 정부는 모로코와의 국경에 설치된 철조망을 철거하고 불법 이민자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부활하는 이민자 수용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바르셀로나에서 15만명의 시민들이 스페인 정부에 난민 입국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결과였다.
반면, 관광객에 대한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적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지난해부터 반(反) 관광객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올해에는 도시 건물과 벽 곳곳에 ‘관광객은 물러가라, 난민은 환영한다’는 구호를 새기고 있다.
시민들이 관광객을 거부하고 이민자를 받아들이려는 이유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관광객이 도시의 정체성을 해치지만 이민자는 도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990년에 170만명이었던 관광객 수는 지난해 3200만명으로 훌쩍 뛰었다. 거주자 수보다 20배 많은 수다.
이로 인해 집세가 치솟아 거주자들이 마을 밖으로 내몰리는 생계와 관련된 문제도 걱정거리지만 시민들은 도시의 역사와 전통이 담긴 공공장소를 빼앗기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여기고 있다. 관광객들이 거주자들이 즐겨찾는 유명 술집과 식당, 대중교통과 도로를 차지하며 거주자들의 도시 영유권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민자 증가는 도시의 다양성을 강화해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고 시민들은 판단한다. 바르셀로나에서 거주하는 이민자들은 크게 유럽, 남미, 북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로 나뉜다. 단일 국적의 이민자들이나 서로 다른 국적의 이민자들이 낳은 2세들이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위키피디아 |
여느 도시들처럼 바르셀로나에도 인종차별 문제가 있지만 시 당국의 정책적인 노력 덕분에 악화되고 있지는 않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2010년부터 시 당국은 인종간 문화적 동화보다는 서로의 문화와 종교적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상호 교류 정책을 추진했다. 덕분에 이민자들은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희생양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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