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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태평양전쟁 중 日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2600여명 명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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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노현 나가노시 ‘마쓰시로(松代) 대본영 지하호’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 2600여명의 이름과 주소, 나이 등이 기재된 명부가 발견됐다고 일본 시나노마이니치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마쓰시로 대본영 지하호 건설과 관련해 이 정도 규모의 조선인 명부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명부를 토대로 본인과 유족을 추적해 당시 조선인 징용자들의 노동 실태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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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중 ‘마쓰시로 대본영 지하호’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 2600여명의 이름과 주소, 나이 등이 기재된 명부. / 시나노마이니치신문


명부는 우에야마 가즈오(上山和雄) 고쿠가쿠인(國學院)대 명예교수가 1990년대 초반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원본을 발견한 뒤 사본 형태로 보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명부는 당시 공사를 담당했던 건설회사 측이 나가노현에 제출한 것으로 돼 있으며, 이중 상당수는 ‘귀선관계편찬(歸鮮關係編纂)’이라고 적힌 자료에 포함돼 있어 패전 직후 조선인들이 귀국할시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문에 따르면, 명부에는 창씨개명을 한 조선인들의 이름과 본적지·주소·나이·생년월일 등이 적혀있다. 성별과 나이로 미뤄 배우자나 자녀로 추정되는 이름도 포함됐다.

명부와 함께 나가노현 소속 경찰서들이 현에 거주하는 조선인 수를 정리한 자료도 발견됐다. 이 자료에는 이름이 기재되지는 않았으나, 패전 후 약 8000명 이상의 조선인이 귀국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현장별로 귀국한 조선인의 인원을 정리한 자료도 발견됐다. 태평양전쟁 당시 나가노현에는 최소 30개소 이상의 공사 현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신문에 따르면, 이 자료에는 조선인들이 승차할 역 이름과 수송 책임자 이름도 나와있다.

이밖에도 신문은 공사에 동원된 중국인 노동자들의 수기와 1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지배 아래 있던 남양군도로 보내진 조선인들에 대한 자료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도노무라 마사루(外村大) 도쿄대 교수는 “조선인 귀국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라며 “명부를 바탕으로 본인과 유족들을 추적해 체불 임금 등 새로운 사실을 발굴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전후(戰後) 보상 방식을 재검토할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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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로 대본영 조잔 지하호 입구. 조선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도비가 서 있다. / 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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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로 대본영 지하호는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군부가 이른바 ‘본토결전’에 대비해 일본군 참모본부·정부행정기관·일왕 거처 등을 옮기려고 마이즈루야마·미나카미야마·조잔 등 세 개의 산에 건설하던 대규모 지하 벙커다. 공사 당시 일본 군부는 이를 ‘창고 공사’로 위장했으며, 현지 경찰조차 그 실체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1944년 11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이듬해 8월 15일 일본이 패전할 때까지 진행됐으며, 이중 강제 징용된 조선인 7000여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갱도 작업 등에 집중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호는 길이 9510m, 높이 2~3m, 총면적 3만8042㎡에 달해 패전 당시 80~90%의 공정률을 보였다고 한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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