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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사설]뉴질랜드 총리의 출산과 육아 휴가가 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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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38)가 21일 첫딸을 낳아 지구촌의 화제가 되고 있다. 국가 정상의 재임 중 출산은 1990년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총리가 둘째 아이로 딸을 낳은 이후 근 30년 만의 일이다. 아던 총리는 예고한 대로 6주간의 출산휴가에 들어갔고, 윈스턴 피터스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총리직을 대행하고 있다. 현직 총리의 출산도 신선하지만 그의 육아휴직을 당연시하는 뉴질랜드 사회 분위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던 총리의 출산과 휴가는 성공적인 일·육아 양립의 전형이다. 아던 총리의 멘토이자 1999년부터 10년간 뉴질랜드를 이끌었던 헬렌 클라크 전 총리는 “(아던이) 최고의 일을 하면서도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결혼은 했지만 정치활동을 위해 아이 낳는 것을 포기해야 했던 클라크 전 총리로서는 이번 출산을 보는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현직 정부 수반이 출산휴가를 가는 것 역시 처음이라 아던 총리는 가능한 한 입원을 늦추며 공직을 수행했다. 하지만 산기를 느끼자 주저 없이 휴가에 들어갔고, 누구도 거기에 토를 달지 않았다. 아던이 총리직에 복귀하면 아이 아빠가 육아를 맡기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총리 엄마를 대신해 유명 방송인 아빠가 육아를 분담하는 것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일·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육아휴직제 도입률은 59%에 그치고 있다. 육아휴직 사용자 남성 비중은 8.5%다. ‘라테 파파’(커피 컵을 든 채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남자)라는 말을 만들어낸 스웨덴의 32%나, 독일·아이슬란드·노르웨이 등의 20%에 비하면 너무나 낮은 수준이다. 노르웨이는 육아휴직을 최장 54주 동안 사용하게 하면서 이 중 6주는 아빠만 사용하게 한다. 아빠가 쉬지 않으면 육아휴직을 다 쓸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육아휴직을 확대하자는 논의가 무성하지만, 있는 제도도 활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우선 여성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남성들의 육아휴직도 크게 확대해야 한다. 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관념을 깨지 않는 한 여성의 자아실현은 물론 세계 최하위인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아던 총리가 보여준 출산과 육아 분담을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하고 부러워만 할 게 아니다. 일·가정 양립제도를 더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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