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던 총리의 출산과 휴가는 성공적인 일·육아 양립의 전형이다. 아던 총리의 멘토이자 1999년부터 10년간 뉴질랜드를 이끌었던 헬렌 클라크 전 총리는 “(아던이) 최고의 일을 하면서도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결혼은 했지만 정치활동을 위해 아이 낳는 것을 포기해야 했던 클라크 전 총리로서는 이번 출산을 보는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현직 정부 수반이 출산휴가를 가는 것 역시 처음이라 아던 총리는 가능한 한 입원을 늦추며 공직을 수행했다. 하지만 산기를 느끼자 주저 없이 휴가에 들어갔고, 누구도 거기에 토를 달지 않았다. 아던이 총리직에 복귀하면 아이 아빠가 육아를 맡기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총리 엄마를 대신해 유명 방송인 아빠가 육아를 분담하는 것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일·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육아휴직제 도입률은 59%에 그치고 있다. 육아휴직 사용자 남성 비중은 8.5%다. ‘라테 파파’(커피 컵을 든 채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남자)라는 말을 만들어낸 스웨덴의 32%나, 독일·아이슬란드·노르웨이 등의 20%에 비하면 너무나 낮은 수준이다. 노르웨이는 육아휴직을 최장 54주 동안 사용하게 하면서 이 중 6주는 아빠만 사용하게 한다. 아빠가 쉬지 않으면 육아휴직을 다 쓸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육아휴직을 확대하자는 논의가 무성하지만, 있는 제도도 활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우선 여성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남성들의 육아휴직도 크게 확대해야 한다. 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관념을 깨지 않는 한 여성의 자아실현은 물론 세계 최하위인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아던 총리가 보여준 출산과 육아 분담을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하고 부러워만 할 게 아니다. 일·가정 양립제도를 더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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