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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대구 수돗물서 ‘과불화화합물’ 검출 파문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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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구시민 불안 생수판매 불티…수만여명 “대책 세워달라” 청와대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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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문산, 매곡, 경북 고령 등 낙동강 수계에 있는 정수장에서 오염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구에서 대책수립을 촉구하는 청와대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대구시는 22일 “지난 5월21일 낙동강 문산정수장에서 과불화화합물의 한 종류인 ‘과불화핵산술폰산’을 조사한 결과, 원수에서 152.1 피피티, 정수에서 139.6 피피티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피피티는 피피엠의 100만분의 1 단위이다. 하루 80만톤을 정수해 대구시민 130만여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대구 매곡정수장에서는 과불화화합물이 원수에서 156.3피피티, 정수에서 165.6피피티로 나타났다. 대구시는 “과불화화합물은 그동안 낙동강수계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검출 농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과불화핵산술폰산은 환경부에서 지난 5월부터 ‘수질 감시항목’으로 정해놨다. 우리나라에서는 과불화핵산술폰산에 대한 환경기준치는 아직 없지만 캐나다 600피피티, 호주 70피피티, 스웨덴 900피피티 등 권고기준치가 정해져있다. 문산과 매곡정수장에서는 호주기준치를 약간 웃돌았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은 과불화핵산술폰산의 수질기준치를 정해놓지 않았다.

환경부는 과불화핵산술폰산이 증가하는 이유로 구미하수처리장을 지목했다. 환경부 쪽은 “구미하수처리장의 방류수에서 과불화핵산술폰산 농도가 5.8피피엠인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이 물질을 배출하는 업체를 적발한 뒤 수치를 0.092피피엠까지 낮췄다”고 밝혔다. 정경윤 대구지방환경청장은 “지난해 과불화핵산술폰산이 정수장에서 무더기로 검출됐지만 인체에 크게 해롭지 않아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불화화합물 가운데 세계보건기구에서 발암물질로 지정해놓은 ‘과불화옥탄산’은 문산과 매곡 정수장의 원수와 정수에서 14.1∼16.5피피티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기준치는 70피피티, 캐나다는 600피피티, 독일 300피피티, 호주 560피피티 등으로 정해져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준치를 4천피피티로 정해놨다. 과불화화합물은 주로 카펫, 조리기구, 종이, 소화용품, 마루광택제 등에 쓰이며 방수효과가 좋아 등산복에도 들어간다. 동물실험에서 체중감소, 콜레스테롤 수치감소, 혈액응고시간 증가, 갑상선 호르몬변화 등 사례가 보고됐지만 아직 인체유해 여부는 조사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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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쪽은 “발암물질로 알려진 과불화옥탄산은 극미량이 나와 해로운 수준이 아니며, 수치가 증가한 과불화핵산술폰산은 인체유해한 물질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돗물 오염에 불안을 느낀 대구시민 수만명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렸다. 이상홍(57·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경북지역에 사는 친구들이 수도물에 발암물질이 포함돼있다는데 괜찮으냐고 묻는 전화가 많이 왔다”고 말했다. 주부 박아무개(55·대구시 수성구)씨는 “그동안 먹는물은 생수를 마시고 밥하는 물은 수도물을 사용했다. 이제 수돗물을 믿지 못하겠고, 너무 불안하다. 앞으로는 밥짓는 물도 생수를 사용해야겠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22일 오후 부터 생수가 불티나게 팔려나가 평소 보다 판매량이 5∼6배나 증가했다.

대구경실련은 “수돗물 과불화화합물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 그리고 오염원을 차단해 근본적인 낙동강 수질개선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정의당대구시당도 성명을 내 “발빠르게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 또 낙동강 식수원을 사용하는 지방정부가 모여 경상도의 젖줄 낙동강을 지키고 안전한 식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라”고 당부했다.

대구에서는 1991년 구미 두산전자에서 페놀원액 30톤이 새어 나와 낙동강으로 흘러든 ‘페놀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1994년 1월 벤젠과 톨루엔 검출, 2006년 7월 유해물질인 퍼클로레이트 검출 등 오염사고가 터졌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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