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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최태원 파격선언…"경제-사회가치 충돌때 사회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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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회장의 사회적가치 실험

매일경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더 많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면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일부 훼손돼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날 사내방송을 통한 직원과의 대화에서 한 직원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충돌하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느냐"고 질문하자 이같이 답한 것. SK그룹 임직원 8만여 명은 전국 모든 사업장에서 이날 특집방송을 동시에 시청했다.

최 회장의 발언은 기업을 경영하다 두 가치가 충돌하면 기업 이익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다 당장은 기업 이익이 훼손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증대될 것이란 주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시카고포럼'에서 "경제적 가치가 낮아지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올리면 나중에 경제적 가치가 올라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자유로운 토론 방식으로 1시간가량 진행된 사내방송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이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도 사회적 가치는 비즈니스의 액세서리가 아니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우리가 최선을 다해 변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전달한다면 우리의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며 실천의 중요성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변화를 위해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겠다"고 밝혀 실천 의지를 보여줬다. 계열사나 사업 부문별 KPI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반영하고 그에 따라 보상해주겠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은 "회계 시스템도 100년 전에는 갖춰지지 않았지만 조금씩 발전해 현재의 수준에 도달했다"며 "사회적 가치 측정도 시작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올해부터 처음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 과정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려면 기존과 다르게 생각하고 회사에서 공간과 업무를 스스로 디자인하는 등 진화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재차 주문했다. 사회적 가치 추구, 사업모델 혁신, 일하는 방식 변화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같은 조직과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일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협업과 공유'를 활성화하는 환경으로 업무공간을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SK그룹은 서울 서린동 본사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사무실의 지정 좌석과 칸막이를 없애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날 특집방송에서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지금이 아니면 못한다(Now or Never)"며 생존을 위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직원 모두가 당장 실천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올 1월에 시작된 다보스포럼을 시작으로 보아오포럼, 베이징포럼, 상하이포럼 등 다양한 글로벌 무대에서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신년회에서 "미래 고객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할 것이고, 앞으로는 사회적 가치가 상품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고객을 사로잡아야 한다"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을 실천해 경험을 축적하면 전혀 새로운 가치를 가진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사회도 기업을 필요로 하고 장기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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