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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트럼프 - 푸틴 첫 정상회담 시동…中견제할 신동맹 구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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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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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이 만나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된다면 글로벌 외교지형을 뒤흔들 메가톤급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비핵화 해법을 비롯해 중동의 시리아 사태, 급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 등에 대해 양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또 러시아의 대선 개입 등으로 미국 내에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오찬에서 "미·러 정상회담이 다음달 열릴 것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다음주 러시아를 방문해 정상회담 개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주요 외신은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다음달 11~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전후로 유럽 국가 한 곳에서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회담 장소로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된다. 미·러 단독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2013년 양국 관계가 냉각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미·러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한 비핵화 문제와 미국의 러시아 제재,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사태 등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러시아의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공산주의 종주국이자 과거 북한 후견국이었던 러시아가 나선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압박할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이 중국을 세 차례 방문하며 북·중 관계를 과시함에 따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러시아 역시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입김이 중국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북한 핵기술 등 군수산업 분야에서는 러시아의 영향력이 여전하다.

미·러 정상회담의 또 다른 핵심 의제는 러시아 제재 완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를 완화하는 약속만 한다면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정상화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독재자로 간주하는 서방 지도자들과 달리 협상의 대상으로 보고 있어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러시아 정가에서는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국 모두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러시아가 중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등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이는 서방을 견제하기 위해 오월동주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일각에서는 냉전 시절인 1972년 미국이 중국과 관계 정상화를 통해 소련을 고립시켰던 '신동맹'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사이에서 촉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정치 평론가인 블라디미르 포즈네르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세계 3대 강대국인 러시아와 손잡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러시아와 손잡고 서유럽을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 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유럽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따라서 서유럽의 주적인 러시아와 협력해 미국에 반발하는 독일과 프랑스를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당시 러시아가 미국 정부의 감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에 대해 러시아 망명을 허용하고, 이듬해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미국이 러시아 제재로 맞대응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3년 9월로 예정됐던 러시아 방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이후 미·러는 단독 회동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두 차례 대면한 것이 전부다.

미국과 러시아 간 화해의 실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를 복귀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는 본래 주요 8개국(G8)에 소속돼 있었으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국들에 의해 회의체에서 쫓겨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 왔으나 자신의 대선 캠프가 러시아 정부와 접촉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이후 적절한 기회를 찾지 못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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