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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트럼프 “공동 성명은 넘버원" vs 의회 청문회 “과거 합의 한참 못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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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료회의 "북 총체적 비핵화, 이미 시작됐다" 38노스 "서해 위성발사장 해체 움직임 없어" 그린 "폼페이오팀, 북 신고·검증 합의받아야”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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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서명한 싱가포르 공동 성명을 “‘넘버원’ 성명”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즉각적으로 북한의 총체적 비핵화(total denuclearization)를 시작하기로 했다. 누구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하면서다. 평가가 박한 주류 언론을 “반역적”이라고까지 공격하면서 북ㆍ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셀프 홍보’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 회의를 주재하면서 “대단한 일은 전면적 비핵화며, 그것은 이미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했고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파괴하고 있다”며 “이미 거대한 시험장 하나를 폭파했는데 실제론 큰 시험장 4개였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3개와 평북 구성시 이하리 미사일 시험장을 두고 한 말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전 당시 북한에서 숨진 위대한 영웅들의 유해를 이미 송환했거나 아니면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별도로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아버지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와 TBN 방송 인터뷰에선 “가짜 뉴스들이 이를 보도하는 방식은 수치스럽고 거의 반역적”이라고 비판했다. “주류 미디어를 듣고 있으면, 내가 협상에서 패배한 것 같다”는 불평도 했다. 20일 미네소타주 덜루스 유세에선 “부정직한 사람들이 ‘대통령이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얘기하지만 성명의 첫 문장은 북한의 총체적 비핵화”라고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대북전문 사이트 38노스는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곧 파괴할 것이라고 약속한 서해 위성발사장(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는 해체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38노스는 6ㆍ12일 자 상업 위성사진 분석 결과 “시험장 내 로켓 엔진 시험대의 폐기와 관련된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다른 수직 엔진 시험대들이 있지만, 서해 시험장이 가장 발전된 것으로 그 파괴는 중요한 상징적이고 실제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미 관리들을 인용해 “정상회담 이후 시험장을 해체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20일 열린 미 하원 아태소위원회의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성과와 관리’ 청문회에 출석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특히 싱가포르 공동 성명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는 약속은 2005년 9ㆍ19 성명보다 약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중앙정보국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증언에서 “싱가포르 공동 성명 주요 4개 항목 각각은 과거 합의에 보다 강력하고, 포괄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北 DMZ 기계화·기갑군단 감축 전 평화협정 체결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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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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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1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북ㆍ미 관계 정립”은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방미 당시 ‘북ㆍ미 공동 코뮤니케’에 “양국은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양자 관계를 근본적으로 향상하는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 적 있다는 것이다. 2항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건설”도 같은 2000년 성명에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1953년 정전협정을 영구적인 평화협정으로 대체해 한국전쟁을 공식 종전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비핵화와 관련해선 9ㆍ19 공동성명이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란 목표를 확인하고,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약속한다”고 돼있어 더 명확하다는 것이다.

클링너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회담 전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수용하는 데 진전된 입장을 보였다고 했지만, 공동 성명은 검증을 포함해 CVID를 받아들인 증거도 전혀 없고, 핵ㆍ미사일 시험 중단 등도 명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ㆍ미 을지훈련 중단은 “북한의 대규모 동ㆍ하계훈련의 중단 없이 취해지는 일방적 양보이자 연합군의 억지력과 방어전력을 약화할 위험이 있는 실책”이라며 “’나쁜‘ 동결 대 동결 제안의 절반을 수용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평화협정에 대해서도 “북한은 강력한 재래식, 기계화 및 기갑군단을 DMZ 부근에 전진 배치해 남한에 위협을 주고 있기 때문에 핵 위협 제거뿐 아니라 재래식 위협 감축 전까지 평화협정에 사인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북ㆍ미 관계 공식 외교트랙 올린 건 지정학적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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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햄 덴마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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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햄 덴마크 윌슨센터 아시아 국장은 “싱가포르 회담이 북ㆍ미 관계를 공식적인 외교 트랙에 올려놓은 건 지정학적으로 중대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덴마크 국장은 하지만 “싱가포르 성명은 과거 합의로 되돌아갔을 뿐 비핵화에 대해 아무런 새로운 약속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권과 다른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과 검증에 대한 언급이 빠진 건 트럼프 대통령이 오로지 김정은에 대한 개인적 신뢰에 의존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그는 “대규모 한ㆍ미 군사훈련의 일방적 중단은 미국의 협상 지렛대의 한 축을 양보한 것일 뿐 아니라 뚜렷하게 얻는 것 없이 주한미군의 전력 약화를 초래했다”라고도 말했다.

그린 "金 9월 유엔총회 전 실질적 비핵화 없으면 전면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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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그린 전략국제연구소(CSIS)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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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그린 전략국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6ㆍ12 공동성명의 비핵화에 대한 표현은 과거 북한과 합의에도 한참 못 미친다”며 “1992년 남ㆍ북 비핵화 공동선언, 94년 제네바 기본합의 및 2005년 9ㆍ19 공동성명 등 선행한 합의의 세부 사항과 대조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린 부소장은 대신 “폼페이오 장관의 후속 협상팀이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 보유 목록을 신고하고, 사찰을 위한 검증 절차에 동의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번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김정은이 오는 9월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설 것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그 이전에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가 없을 경우 의회는 중국ㆍ러시아 기업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해 제재를 전면 이행할 것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조언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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