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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화)

라이칭더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 대표할 권리 없다”…현상유지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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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0일 대만 총통부 광장에서 열린 113주년 쌍십절(신해혁명이 일어난 중화민국 국경절) 기념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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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취임 후 첫 쌍십절(雙十節·중화민국 국경절)을 맞아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라이 총통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재천명하며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이날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열린 국경대회 기념사에서 라이 총통은 “중화민국은 이미 대만·펑후·진먼·마쭈섬에 뿌리내렸고, 중화인민공화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며 중국의 대표권을 부정했다.

라이 총통은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다. 그는 “국가 주권을 견지하며 침범이나 병탄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국방을 강화하고 민주국가들과 어깨를 걸고 함께 억제력을 발휘하고, 힘에 의지한 평화를 확보해 대대손손 모두 근심 없이 생활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라이 총통은 또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포함한 4개항의 '불변(不變)'을 강조했다. “국가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결심, 대만해협의 평화·안정·현상을 유지하겠다는 노력,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이 대화·교류하겠다는 다짐,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수호한다는 견지”는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중국은 라이 총통의 쌍십절 연설을 앞두고 대만을 압박해왔다. 지난 9일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의 5억6700만 달러 상당의 대만 군사원조를 비난하며 “대만의 무장은 곧 ‘대만독립’을 돕는 것이며, ‘대만독립’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75살 중국은 113살 대만의 ‘조국’ 될 수 없어”



앞서 라이 총통은 지난 5일 “중국은 대만의 조국이 될 수 없다”는 이른바 ‘조국설(說)’을 제기해 중국을 자극했다.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113주년 국경 리셉션에 참석한 라이 총통은 “나이로 말하면 중화인민공화국은 절대 중화민국 인민의 ‘조국’이 될 수 없다”며 “반대로 중화민국은 중화인민공화국 75세 이상 민중의 조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중화인민공화국 생일을 축하하려면 정확한 용어를 써야 하며, 절대 ‘조국’ 두 글자를 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대만 업무를 담당하는 국무원 대만판공실의 주펑롄(朱鳳蓮) 대변인은 지난 8일 “라이칭더의 주장은 개념을 슬쩍 바꾸고, 옳고 그름을 뒤섞어 양안의 정치적 차이를 부각한 ‘새로운 양국론’”이라며 “해협 양안이 완전히 통일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주권과 영토는 결코 분리되지도 분리될 수도 없으며, 대륙과 대만이 모두 하나의 중국이라는 사실은 바뀔 수 없다”고 강조했다.

10일 쌍십절 행사장에는 차이잉원(蔡英文)·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과 국민당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다. 다만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이날 페이스북에 “라이 총통이 신양국론을 주장하며 대만독립 노선을 추구해 2300만 대만 인민의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중국은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리전광(李振廣) 중국 베이징연합대 대만연구원 원장은 이날 연설에 대해 “공공연해지는 ‘양국론’은 양안의 실질적인 관계를 포괄하지 못한다”며 “이는 매우 위험하며 양안 관계에 이롭지 않다”는 우려를 대만 중앙통신사에 전했다.

미국 역시 대만 독립엔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만 업무를 관장하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8일 라오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함없다”며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하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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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쌍십절 행사에서 라이칭더(오른쪽 두번째) 대만 총통이 차이잉원(왼쪽 두번째) 전 총통과 악수하고 있다. 차이 전 총통은 오는 12일 8일 일정으로 체코·프랑스·벨기에 순방에 나설 예정이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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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12일 유럽 순방…“11월 APEC 참가 사전 포석”



한편 차이잉원 전 총통은 12일부터 체코·프랑스·벨기에 유럽을 순방한다. 지난 6년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에 대만 대표로 참가했던 모리스 창(張忠謀·93) TSMC 창업자가 고령으로 참석이 어려워지자 대만이 차이 전 총통의 참석을 추진하고 있다고 대만 연합보가 보도했다. 오는 11월 페루에서 열리는 APEC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에 이어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어, 차이 전 총통의 참석을 놓고 중국과 대만의 또 한 차례 충돌이 예상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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