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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시진핑 비판한 英 방송인, 中 웨이보서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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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방송인 존 올리버가 방송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그와 관련된 게시물이 모두 삭제됐다.

21일(현지 시각)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7일 올리버는 자신이 진행하는 미국 방송 HBO의 ‘라스트 위크 투나잇(Last Week Tonight)’에서 20분간 시 주석을 비판했다. 그는 시 주석이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없애고 1인 독재체제를 선언한 것부터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까지 중국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두루 언급했다.

조선일보

2018년 6월 17일 영국 방송인 존 올리버는 HBO의 ‘라스트 위크 투나잇’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중국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그와 관련된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다. /HBO


올리버가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은 중국 당국의 검열 문제였다. 그는 “중국이 표현의 자유를 위한 안식처로 인식된 적은 없지만, (시 주석은) 유난히 정부에 반하는 모든 형태의 표현을 단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 주석이 미국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 ‘곰돌이 푸(위니 더 푸·Winnie the Pooh)’와 닮았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곰돌이 푸는 시 주석이 2013년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난 당시 포착된 모습이 곰돌이 푸와 절묘하게 닮은 모습에 붙여진 별명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시 주석을 곰돌이 푸에 비유하는 이미지를 종종 올렸는데 시 주석은 이를 극도로 싫어해 곰돌이 푸 이미지를 모두 삭제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후 올해 초 중국 검열 당국이 시 주석의 ‘10년 임기 제한 폐지’를 비판하는 온라인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자, 중국 네티즌들은 저항의 의미로 ‘곰돌이 푸’가 꿀단지(권력을 상징)를 껴안고 있는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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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매이션 ‘곰돌이 푸’의 한 장면(왼쪽)과 지난 2013년 미·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주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함께 걷는 모습./인터넷 캡처


또 올리버는 “시 주석 체제 하에 중국은 독재국가가 돼가고 있다”며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올리버는 함께 출연한 게스트들과 시 주석에 대한 풍자 뿐만 아니라 천안문 사태와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 탄압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토론하기도 했다.

올리버의 이 같은 발언이 방송된 이후 중국은 곧바로 웨이보에서 올리버와 그의 프로그램에 관한 모든 게시물을 삭제했다. 웨이보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할 수는 있지만, 6월 12일 이후에 올라온 모든 게시물들은 삭제됐다. 올리버의 이름을 올리려는 시도를 하면 ‘해당 게시물을 규정을 위반한다’는 오류 메시지가 뜬다.

‘라스트 위크 투나잇’ 프로그램은 중국에서 방영되진 않지만 올리버나 다른 유명 출연자들이 나온 영상이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웨이보를 제외한 위챗, 바이두, QQ 등 다른 대규모 소셜미디어는 올리버와 관련된 게시물을 아직 삭제하지 않은 상태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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