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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자신만의 이미지, ‘얼굴이 참 좋다’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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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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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날씬한 한 여배우가 있다. 평소 부러워했는데 얼마 전 알게 됐다. 그 여배우가 원래 뚱뚱했다는 것을. 다이어트와 운동 등 피나는 노력 끝에 날씬한 몸매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기자의 인터뷰에 응하면서 날씬한 비결을 물으면 이렇게 말하는 연예인이 더러 있었다. "원래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이에요.“

그런 말을 들은 일반 뚱보들의 심경은 어땠을까? "난 저주받은 몸인가 보다. 왜 부모님은 나를 이렇게 낳아주셨을까?" 하고 좌절했을 것이다. 한 마디로 도움이 안 되는 말이다. 이런 잔인한 대답이 사라진 이유는 인터넷 댓글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사람들의 심리가 시간대별로 표현된다. 물론 작정하고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자신의 노력이 없이 이루어지는 것들에 기뻐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예를 들어 "얼굴이 참 예쁘시네요."라는 칭찬의 내용을 들여다보자. 외모는 그 사람이 노력한 부분이 아니다. “근육이 멋지네요.”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이 식이요법과 운동을 열심히 해서 가꾼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타고난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다리가 참 기네요.”의 경우 몸매 비율은 거의 타고나는 부분인데 어쩌라는 말인가? 이것마저도 후천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있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뼈를 잘라서 다리 길이를 늘이는 수술을 하기도 했다.) 아니면 “얼굴이 참 작다.”라든가, “눈이 참 크다.”, “코가 참 높다.”라는 말을 한다. 외국에서는 그런 말을 대놓고 하는 것이 실례라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노력한 부분이 아닌 단순히 타고난 부분을 그 사람 앞에서 칭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같은 얼굴에 대한 말이지만 이런 말은 어떠한가? “얼굴이 참 좋으시네요.” 이 말은 단순히 이목구비가 예쁘게 생겼다는 말이 아니다. 반듯하고 밝은 성품이 반영되어 얼굴에서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인상이 좋은 사람에게 주로 쓰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듣는다면 나이가 몇 살이든 상관없이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금수저’라는 말은 칭찬일까? 운 좋게 금수저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예전에 한 연기파 남자 배우가 인터뷰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유명한 배우의 아들로 아버지 덕분에 성공한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얘기에 대해 “자신은 오랜 무명 시절을 거쳐 파나는 노력 끝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유명한 것은 도움도 되지만 오히려 더 힘든 부분도 있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부모 덕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부모님이 유명하다고 해서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연예인 2세가 많다. 결국은 자신의 실력이 있어야 성공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전에는 나도 금수저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그 친구들의 얼굴은 좋은 영양 상태 때문인지 얼굴이 늘 우윳빛을 띠고 피부가 반들반들했다. 그런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나는 왜 저런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지 못했는지 속이 상했다. 나보다 공부를 못해도 부티가 나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저 부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티가 나는 얼굴이 뭐가 어쨌다는 건지 모르겠다. 자식의 ‘부티’는 부모님의 노력의 대가다. 내가 칭찬받거나 부러움을 받을 일이 아닌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는 자신의 노력만이 자신의 ‘칭찬 몫’이다.

부모님이 성공한 경우 오히려 부모만 믿고 자식이 방탕하게 생활하는 경우도 많다. 상해에 있을 때 한국인이 외국 사람들에게 크게 비난 받은 일이 있다. 한국의 대기업 자제들이 택시 기사와 승객을 폭행했는데 승객들 중에는 임산부도 있었다.

그들은 고등학생이었는데 당시에 마약을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죄질이 나빠서 상해 사회에서 크게 비난받았다. 좋은 얼굴을 갖는 데에는 부모의 재력이나 배경은 아무 상관이 없다. 오롯이 자신의 삶이 자신의 얼굴에 그대로 새겨질 뿐이다.

20대 이후에는 자신만의 얼굴을 직접 디자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게 살아가야 한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살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이런 얼굴이 되었다라고 말하지 말자. ‘나는 이런 얼굴의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지?’ 하고 계획하면 어떨까? 원래 내가 물고 있었던 수저의 성분은 아무 상관이 없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얼굴이 참 좋으시네요.”라는 소릴 듣도록 지금부터라도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허윤숙 작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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