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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스페인 총리에서 부동산 법무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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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호이, 29년 전 직업으로 복귀

조선일보

20일 스페인의 인구 3만명 소도시 산타폴라의 부동산 등기 사무소에 마리아노 라호이(63·사진) 전 총리가 들어섰다. 수십 명의 지지자가 몰려들어 "총리다, 총리!"라고 외쳤다. 지난 1일까지 스페인 총리였던 라호이가 정치에 입문하기 이전 직업이었던 부동산 등기인(법무사와 비슷하게 부동산 공증 및 취등록 업무를 하는 직업)으로 돌아온 것이다. 산타폴라는 29년 전 그가 부동산 등기인 일을 했던 곳이다.

그는 야권이 불신임안을 통과시켜 총리에서 물러났다. 집권 국민당 간부들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자신은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지만 정치적 책임을 진 모양새다. 그는 "승복하고 정계 은퇴하겠다"고 했고, 한 달이 되기 전에 부동산 등기인으로 복귀한 것이다. 다른 등기인이 운영하던 사무실을 넘겨받았다. 그는 주말을 빼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평범한 직장인처럼 일할 예정이다. 그를 포함해 모두 7명이 함께 근무한다.

라호이는 법학을 전공하고 1979년 24세에 부동산 등기인 시험을 전국 최연소로 통과했다. 1989년 국민당 소속으로 하원 의원으로 의회 입성에 성공하면서 부동산 등기인을 그만뒀다. 1996년부터 2003년 사이 내무부, 교육문화부 장관 등을 맡았다. 2004년 사회당 정부가 들어서자 야당이 된 국민당 대표에 올랐다. 국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2011년부터 7년간 총리로 재임했다.

라호이 전 총리는 몰려든 취재진이 '국민당 차기 당 대표는 누가 될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웃으면서 "이제 나랑 상관없는 일 아니겠소"라고 했다. 그가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길을 건너는 모습을 주민들이 사진으로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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