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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文대통령 9년전의 격분 "검찰이 대한민국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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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안] 노 前대통령 검찰 출두에 "치욕" 검찰 힘빼는 게 文대통령 숙원… 조국 민정수석이 '조정안' 설계

21일 발표된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 방안은 문재인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해 온 '검찰 개혁'의 일환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칼'을 들이댔던 검찰 권력에 대한 현 집권 세력의 문제의식과 반감(反感)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에 집중된 권한 때문에 '정치 검찰' '무소불위의 검찰'이 됐다." 이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해왔던 말이다. 검찰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을 공약으로 걸었다. 취임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임기가 끝나기 전 반드시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 말하며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배경에는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이어진 검찰과의 악연(惡緣)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사들이 "후보 시절 (검찰에) 청탁 전화를 한 적 있지 않으냐"며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됐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고 썼다.

조선일보

2009년 盧대통령 검찰 출두 때 -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두 하는 모습.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맨 오른쪽) 경남지사, 전해철(김 지사 왼쪽) 의원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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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악연은 2009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로 더 깊어진다. 문 대통령은 변호인으로 대검 중수부의 조사 과정에 입회했었다.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날을 '치욕의 날'이라고 표현했다. "노 대통령 죽음은 정치적 타살이나 진배없었다"며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 초 일찌감치 '검찰권 축소' 카드를 꺼낸 데에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시도했다가 타이밍을 놓쳤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운명'에서 문 대통령은 2003~2004년 대선 자금 수사를 거론하며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유례없이 높아져 검찰 개혁의 동력이 약화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정권이 바뀌더라도 (검찰이)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확실하게 제도화하지 못한 것이 한(恨)으로 남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비대한 검찰권이 시대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검경의 독립성"이라며 "권한이 세진 경찰과 여전히 특별 수사 권한을 가진 검찰이 지금 과연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발표에서 조정안의 세부 내용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설명했다. 조 수석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설계자' 역할을 해왔다. 검찰 권력의 축소는 대학교수 시절, 조 수석의 지론이기도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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