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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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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7보(98~114)=99는 근거지를 차지하기 위한 맥점이다. 프로라면 이 정도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바둑에는 아무리 고수라도, 정확히 계산할 수 없고 생각해내기 어려운 것들이 너무 많다.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사람은 스스로 한계를 절감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AI를 도구 삼아 또다시 한계에 도전하는 게 바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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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하귀에서 백은 102로 내려 흑이 돌아갈 길을 터주는 게 최선이다. 무리해서 ‘참고도’ 백1로 단수쳐서 잡으려 들면 흑12로 나갈 때 잡을 수도 없고, 대형사고가 난다. 쉽사리 수습하기도 어려운 난감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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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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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은 ‘사람’이 보기에 반상 최대의 자리다. 역시나 107을 향하는 탕웨이싱 9단의 손길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아마도 탕웨이싱 9단은 107을 놓고 가장 큰 곳을 차지했다며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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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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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국의 인공지능(AI) 줴이(絶藝)의 생각은 달랐다. 줴이는 107이 아니라 ‘참고도2’ 흑1이 확실하게 승리를 굳히는 자리라고 봤다. 백2로 어느 정도 좌상의 흑 진영이 깨지더라도, 흑1을 지키는 게 더 크다는 말이다. 흑1로 우변을 넘는 것은 아무리 고수라도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사람이 보기에는 그렇게 큰 자리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은 사람이 깨우치지 못한 까마득한 저편에 바둑이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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