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댓글조작 범행 같은 재판서 다뤄야, 추가기소 가능성”
재판부 “7월 4일 한 차례 더, 검찰 주장 이유 없으면 結審”
특검 공식 수사활동 개시 전 벌금받고 풀려날 가능성 막혀
검찰 요청으로 드루킹 김동원(49·사진)씨 재판이 7월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결국 김씨가 구속 상태로 특검 수사를 맞이할 게 확실해졌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재판부 심리로 열린 김씨 일당의 재판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 있고, 별개 사건이 아닌 연속적인 범행으로 같이 재판받아야 할 사안이다”면서 “재판일정을 더 달라”고 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심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특검 수사가 임박했고, 김씨 등이 구속으로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 검·경 수사결과에 대한 법원 판단을 마냥 미루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씨 측 변호인도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증거조사도 진행된 만큼 재판을 종결해 달라”고 했다.
검찰은 최근 김씨 일당이 올해 1월 17~18일 이틀 동안 네이버 아이디 2286개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537개 기사의 댓글 1만6658개에 184만여 차례 공감·비공감을 클릭해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를 추가했다.
첫 공판부터 자백으로 일관해 온 김씨는 이날 추가 범죄사실에 대해서도 “인정한다”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재판에 쓰는 것도 모두 동의했다. 범죄성립은 다투지 않겠으니 재판을 빨리 끝내달라는 것이다. 변호인은 “더 수사한 게 있으면 특검이 기소하리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검찰은 “경찰에서 보내오는 증거가 많아 추가기소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재판일정을 더 잡아달라고 거듭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만 변호인 측이 재판이 추가로 열리면 구체적으로 범죄사실이 늘거나 변경되는 것인지 묻자 “추가 증거 제출”이라며 말을 흐렸다.
재판부는 일단 7월 4일 한 차례 더 재판을 열기로 했다. 검·경이 댓글 조작을 분석하고 결과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특성을 고려해서다. 재판부는 다만 추가 재판이 필요하다는 검찰 주장에는 선뜻 수긍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재판부는 “원래 5월 30일 열리기로 한 재판이 변호인 사임으로 어쩔 수 없이 이날로 미뤄진 것인데, 검찰은 촉박하게 18일 또 기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재판을 계속 해야 할)특별히 설득력 있는 소명을 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다음 기일에 결심(結審)하겠다”고 했다.
당초 김씨 일당은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될 경우 특검 수사를 불구속 상태로 맞을 수도 있었다. 유무죄를 다투지 않는 자백사건인데다, 김씨 일당에게 적용된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죄는 통상 벌금형이 선고돼왔기 때문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준비기간이 끝나는 오는 27일 공식적인 수사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번주 초 검·경에 그 동안의 수사기록을 요청하고 수사팀 구성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김씨 측은 “특검과 연결돼 계속 언론에 나오다 보면 지은 죄만큼 형평성 있게 선고받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김씨는 법정에서 피고인석에 앉은 다리를 꼬았다 풀었다 하며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재판부가 검찰 요청을 받아들여 한 차례 더 재판을 열기로 결정할 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한편 김씨는 이달 들어 재판부에 총 6차례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반성문에는 네이버가 매크로(자동반복 프로그램) 사용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아 댓글 순위조작에 매크로를 이용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네이버는 드루킹 사건이 불거진 이후인 올해 5월부터 ‘매크로 이용 금지’를 이용약관에 담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씨 측이 ‘금지행위가 아니어서 네이버의 댓글순위 선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주장을 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재판장이 “반성문 내용은 범죄성립을 다투겠다는 취지냐”고 묻자 김씨는 “양형사유”라고 했다. 형량만 낮춰달라는 취지다. 한 중견 변호사는 “이미 자백한 상황에서 돌연 입장을 바꾸는 것이 형량에 유리할 리가 없다”면서 “특검 수사를 불구속 상태로 맞기 위해 가벼운 형으로 당장의 재판을 끝내려던 것”으로 분석했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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