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뇌졸중 실험쥐에
뇌부종·뇌종양 혼합약물
줄기세포와 함께 투여
혈액뇌장벽 투과도 증가
[병원리포트] 분당차병원 신경과 김옥준 교수팀
분당차병원 신경과 김옥준 교수팀(최청갑 박사, 김혜민 석사)은 닫혀 있는 혈액뇌장벽 투과도를 높이는 약물 병용요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만성기 뇌졸중 환자의 줄기세포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혈액뇌장벽은 혈액 속에 돌아다니는 이물질·세균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장벽이다. 뇌혈관 내피세포가 단단하게 결합돼 독성 물질이 뇌로 침투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혈액뇌장벽은 뇌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이 통과하는 것도 막는다. 급성기 뇌졸중은 혈액뇌장벽이 열려 있는 반면 만성기 뇌졸중은 혈액뇌장벽이 닫혀 있다.
김 교수팀은 만성기 뇌졸중 실험 쥐에게 뇌부종 치료제인 ‘만니톨’과 뇌종양 치료제 ‘테모졸로마이드’를 혼합해 주입한 결과, 혼합 약물이 혈액뇌장벽을 일시적으로 여는 효과를 확인했다. 그간 여러 연구에서 동맥 내 약물 주입과 초음파로 혈액뇌장벽의 투과도를 높인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부작용이 심해 환자에게 적용하긴 어려웠다. 또 정맥을 통한 만니톨 투여는 부작용이 적으면서 혈액뇌장벽 투과도를 증가시키지만 효과가 미미하다. 줄기세포와 같이 투여해도 줄기세포의 효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 교수팀은 테모졸로마이드를 다른 약물과 혼합해 투여할 때 혼합 약물의 대뇌 농도를 증가시킨다는 점에 착안해 두 약물의 병용요법을 개발했다. 테모졸로마이드는 함께 투여하는 약물이 배출되는 것을 막아 대뇌에 해당 약물이 오래 머물도록 돕는다.
김 교수팀은 실험 쥐에게 아무런 약물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 줄기세포 단독 투여군, 줄기세포와 혼합 약물(만니톨·테모졸로마이드) 투여군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줄기세포와 혼합 약물 투여 그룹에서 혈액뇌장벽의 투과도는 대조군과 줄기세포 단독 투여군의 세 배에 달했다. 뇌졸중의 대표 증상인 마비도 줄기세포 혼합 약물 투여군에서 대조군과 줄기세포 단독 투여군보다 유의미하게 나아졌다. 열린 혈액뇌장벽 사이로 줄기세포(탯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제가 들어가 뇌졸중 치료 효과가 높아진 것이다.
급성기 뇌졸중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공인 받은 혈전 용해제인 ‘조직 플로스모겐 활성화제’라는 치료제가 있다. 또 최근 급성기 뇌졸중 치료 관련 임상연구에서 줄기세포 주사 치료제가 효능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만성기 뇌졸중의 경우 치료제가 없고 줄기세포 주사 치료제의 효과가 확인된 사례도 거의 없었다. 김 교수는 “혼합요법을 활용하면 만성 뇌졸중뿐 아니라 혈액뇌장벽 때문에 약물이 투과되지 못해 치료가 어려웠던 치매·파킨슨·뇌손상·뇌종양 등 난치성 질환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결과를 토대로 급·만성기 뇌경색과 뇌출혈, 저산소증 등 다양한 뇌졸중 동물 모델에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를 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토테라피’와 ‘생물화학·생물물리연구저널’에 실렸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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