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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설] 현실이 된 G2 무역전쟁, 수출 패러다임 다시 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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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어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즉각 같은 규모의 미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보복 조치를 강행하면 추가로 1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두 거인(G2)이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다섯 달 동안 한국 수출 가운데 중국과 미국으로 간 물량은 각각 27%와 11%에 이른다. G2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한국 수출은 갑자기 수백억 달러가 줄어들 수도 있다. 미국의 대중 수입이 10% 줄어들면 산업연관효과에 따라 한국의 대중 수출이 20% 가까이 감소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더욱이 한국의 대중 수출 중 중간재가 8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중국의 대미 가공무역이 타격을 받으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한국으로 전해지게 된다.

G2의 정면충돌은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어느 나라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우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하고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해야 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수출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우리는 특히 G2 무역전쟁으로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를 물리려는 중국 제품에는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 신소재 같은 첨단기술 분야와 중간부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프로세서와 다이오드 같은 반도체 관련 제품도 주된 타깃이다. '중국 제조 2025'로 미국의 기술패권을 넘보는 중국의 국가전략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뚜렷이 드러난다.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는 미·중 양쪽에서 더욱 심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전략품목의 기술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거는 수밖에 없다. 무역전쟁이 격화될수록 믿을 것은 기술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보호무역 장벽을 쌓으면서 시장이 분할되면 수출기업들은 글로벌 생산 체제를 재편해야 한다. 예컨대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생산 자동차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 조치를 취할 경우 글로벌 교역이 자유롭던 시절의 기존 공급망으로는 적절히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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