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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나무로 돌아간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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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 영결식

화담숲 인근 소나무 아래 잠들어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소나무 아래 영원히 잠들었다. 22일 오후 경기도 곤지암의 '화담숲' 인근에서 고인의 장례식이 수목장(樹木葬)으로 엄수됐다.

가족과 친지, 지인들은 화장한 고인의 골분이 들어 있는 단지를 나무 아래 묻고, 흙을 한 줌씩 뿌리며 작별 인사를 했다. 한 참석자는 "수목장이 끝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구 회장은 평소 본인의 아호를 딴 화담(和談·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숲을 제대로 만들고 가는 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숙제'라고 할 만큼 나무와 숲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

조선일보

마지막까지 소박하게… ‐ 22일 오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구본무 LG그룹 회장 장례식에서 고인의 영정을 든 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장의 차량에 타고 있다. 장례식에는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 등 유족과 고인과 가까운 지인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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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목장에는 고인의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 가족과, 57년간 동업했던 GS그룹의 허창수 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등 평소 가깝게 지낸 몇몇 지인만 참석했다.

구 회장은 마지막 가는 길까지 소탈했다. 오전 8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서 열린 발인식은 약 20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고인과 가까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추모사, 유족의 헌화가 전부였다. 가족과 지인, 그리고 LG그룹 부회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었다. 운구는 10년 동안 고인의 비서팀장을 지낸 이규홍 LG서브원 사장 등 임직원이 맡았다. 운구차는 서울 한남동 고인의 자택에 잠시 머문 뒤 서울추모공원 화장장으로 향했다.

구 회장의 유지에 따라 치른 간소한 장례 문화와 수목장은 앞으로 국내 장묘 문화 개선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인에 참석한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고인의 장례식과 장례 문화를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며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드리고, 간소하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수목장으로 치른 건 참 뜻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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