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왼쪽)이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국회 영상회의록 중 노회찬 의원실 유튜브 업로드 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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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2016년 11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이날 노회찬 정의당 의원과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주고 받은 대화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안 전 국장의 답변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다음은 당시 둘이 주고 받은 대화입니다.
노회찬(노): "엘시티(LCT) 사건에 대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가 되고 있습니까?"
안태근(안): "기억이 없습니다."
노: "보고한 사실이 없는 게 아니라 기억이 없다고요?
안: "보고 안 했을 수도 있구요."
노: "아니 보고 안 했으면 안 한 거지, 보고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안: "그런 기억이 없습니다."
노: "아니면 아닌 거고, 모르면 모르는 거지. 기억이 없다는 건 무슨 말이예요?"
안: "그럼 모르겠습니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은 지금 유튜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영상 바로보기☞http://www.youtube.com/watch?v=FC2yf3gohWQ&feature=youtu.be) 이 대화가 화제가 된 건 "기억이 없다"는 당시 안 전 국장의 답변 때문입니다.
시인도, 부인도 아닌 "기억이 없다"는 답변은 어떤 행위가 있었을 수 있지만, 스스로 밝히지 않을 경우 드러날 가능성이 희박할 때 법망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흔히 쓰입니다. 주로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피의자·피고인들이 거짓말을 할 때 쓰는 단골 멘트입니다. 나중에 객관적 증거로 ‘기억하지 못한 사실’이 ‘진실’로 밝혀져도 빠져나가기 좋은 방어책이기도 합니다.
변호사들도 불리한 진술을 피해야 하는 의뢰인에게 '기억이 없다'는 답변을 권하기도 합니다. 긍정이나 부정을 확실히 언급했다가 나중에 거짓말로 들통나는 것보단 부족한 ‘기억’을 핑계로 빠져나갔다가 혹시라도 객관적 '증거'가 드러나면 그때가서 인정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일생의 절반 이상을 검사로 살아왔던 안 전 국장에겐 '기억이 없다'는 그래서 익숙한 표현일 수 있습니다.
이날 법사위 회의가 끝난 뒤 안 전 국장은 여유룹게 웃으며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검찰 출신 A의원에게 다가갔습니다. 회의장에 남은 사람이 거의 없어서인지 그는 편하게 A의원에게 "기억 안 나서 안 난다고 한 건데 뭐 잘못됐느냐"고 웃으며 하소연했습니다. 당시 노 의원의 뒷자리에 앉아 회의를 참관하던 기자가 직접 목격한 장면입니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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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전까진 기자는 그를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가 나중에 한번도 아닌 두번이나 뉴스의 중심에 서서 세상을 시끄럽게 하리란 사실도 몰랐습니다.
이후 안 전 국장은 이른바 '돈 봉투 만찬사건'에 휘말려 옷을 벗었었습니다. 또 올초엔 서지현 검사에 대한 성추행과 인사보복의 가해자로 지목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18일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그는 "성추행한 '기억이 없다'. 인사불이익을 줄 동기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그의 입에서 다시 한번 "기억이 없다"는 말을 듣게 된 겁니다.
설령 성추행이 있었다 해도 만취한 상태여서 기억이 없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건 이후 누구 한명한테라도 그 일에 대해 들은 적이 전혀 없었을까요? 혹시 그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안 전 국장은 1987년 21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소위 '소년급제자'입니다. 암기력이 '팔할'이라는 사시를 젊은 나이에 통과해 엘리트 검사로 인정받던 그의 기억력치곤 다소 아쉽습니다. 혹시라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과음 때문에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은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안 전 국장이 예전의 총명했던 그 기억력을 다시 되찾길 기원해 봅니다.
유동주 기자 |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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