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사건은 피해자가 남성,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례적 주목을 받았다. 경찰은 수사의뢰 8일 만에 가해자를 구속했다. 이후 ‘경찰이 다른 불법촬영·유포사건에는 왜 그토록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속한 수사는 바람직하지만, 여성이 피해자일 때와는 태도가 다르다’는 게 불만의 초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15일 오후 현재 34만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촬영으로 검거된 사람 중 98%가 남성이었다. 같은 기간 불법촬영 피해자 중 84%는 여성이었다. 문 대통령은 몰카 범죄 엄단을 지시하면서도 국민청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거론할 경우 불필요한 논란이 증폭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본다.
홍대 사건 수사가 신속했던 것을 두고 피해자가 남성이어서라고 주장하는 건 비약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경찰도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불법촬영·유출과 달리 시간, 장소, 사람들이 특정돼 빠른 수사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왜 국민청원에 여성들이 폭발적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권단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성명을 통해 “홍대 사건의 가해자가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는 동안, 우리가 지원하는 여성 피해자는 포르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며 “어째서 이제야 이례적인 일처리와 피해자 보호가 이뤄졌는지 질문을 던져야 할 지점”이라고 했다.
수사기관은 문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성범죄 수사 관행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최우선 가치는 피해자 보호이고, 그 다음은 신속한 수사다. 이참에 ‘몰카’라는 용어도 ‘불법촬영’으로 대체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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