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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덴마크 미디어 기금이 ‘민주주의 기금’으로 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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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랑스 언론지원 기금 한국의 4배 넘어

민주주의 유지에 필요한 콘텐츠는 ‘공공재’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방향 전환 논리



언론에 대한 지원정책은 각 나라의 헌법, 역사, 정치시스템, 사회적 합의 체계, 문화 등의 차이를 반영하기 때문에 상이한 형식과 내용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들의 언론 지 정책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제법 크다. 유럽 언론지원 정책의 기저에는 언론이 민주주의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언론의 역할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벌써 10년이나 지난 일이 되었는데, 2008년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위기에 처한 신문산업을 살리겠다는 목표로 150여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인쇄 매체 대토론회>(Etats-generaux)를 발족시켰다. 3개월여 동안 진행된 대토론회의 결과는 문화커뮤니케이션부 장관에게 녹서(Green Paper)로 제출되었다. 다양한 정책 제안들이 담긴 이 보고서에는 ‘국가가 개입해야 할 의무를 지니는 것은 언론이 일반적인 상품과는 다른 성격의 상품이기 때문’이고 ‘민주주의의 가장 소중한 자산 중의 하나인 독립적이고 투명하며 다원적인 인쇄매체를 지켜내기 위해 모든 사람의 특별한 참여가 요구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덴마크는 2014년 이후 언론에 대한 지원정책의 방향을 유통지원에서 생산지원으로 바꿨다. 현재와 같이 경쟁이 치열해진 언론 생태계에서는 비상업적인 뉴스나 정보들은 과소 공급되는 시장실패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는 일종의 ‘공공재(public goods)’로서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방향 전환의 논리다. 덴마크의 미디어진흥기금이 ‘민주주의 기금’으로 불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프랑스의 언론지원기금 규모는 한화로 1700억원에 이른다. 스웨덴은 692억원, 덴마크는 687억 규모다. 인구나 경제규모가 다른 나라들이기 때문에 기금의 규모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570만명의 인구를 가진 덴마크의 GDP를 고려해 같은 비율을 한국에 적용할 경우, 그 규모는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의 언론진흥기금은 지역신문발전기금까지 합쳐도 400억원이 채 안 된다. 그나마 국고 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기금은 고갈상태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 1년, 언론자유지수가 지난해보다 20단계 상승했다. 정부는 이제 ‘자유’롭고 ‘신뢰’받는 언론을 위한 지원정책을 새롭게 고민하고 설계해야 한다. 언론지원정책의 목표는 죽어가는 언론사를 살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있고, 언론은 민주주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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