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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독자칼럼] 스승의 날에 느끼는 그리움과 섭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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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모두가 알고 있듯이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내가 50년 이상을 강단에서 강의를 하면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매년 이날이 오면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우선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닌 것이 1948년부터 1953년이다 보니 그때 생활의 어려움은 가난하다 못해 비참했다.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해방 후 좌와 우의 대립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웠고 6·25전쟁과 흉년으로 전 국민이 고난의 생활을 하던 시절이었다. 점심은 굶고 의복은 흥부네 아이들의 패션이며 미국이 원조로 준 밀가루 덩어리를 끓여 먹고는 설사하기 일쑤였다. 노래를 부르면서 군에 보낸 선생님이 얼마 후 전사 통지가 와 눈물도 많이 흘린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도 1951년과 1952년에 담임을 했던 선생님은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그 선생님은 그때 사범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되는 22세의 청년이었다. 그 선생님은 보리쌀·좁쌀밥을 한 바가지 싸와 점심을 굶는 아이들에게 나눠 먹도록 했고 마분지 공책을 쓰던 시절에 잡기장을 사서 나눠 주기도 했다. 그후 1950년대의 중·고교 시절도 곤궁한 생활은 계속됐다.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대학 3학년 때의 일이다. 나는 대학 재학 중에 학교 신문의 편집책임자였다. 그러나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대학 3학년 겨울방학이었다. 복도에서 만난 은사 교수님께서 너 공부하러 절로 간다더니 아직도 서울에 머물러 있느냐 하시면서 주머니에서 차비를 털어주셨다. 지금은 영면해 계시니 엎드려 절을 올린다.

나는 그후 중병으로 대학 졸업 후 5년 가까이 투병 생활로 타인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인지 제자들을 도우려고 애를 써오면서 생활하다 퇴직했고 퇴직금도 모두 선불 받아 자식 한 사람의 치료비와 어려운 제자들을 돕는 데 썼다. 지금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제자들로부터 존경받는 스승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내가 대학 재직 생활을 하면서 나의 어려움을 생각해 학생을 도우려고 애를 써왔다. 그러나 도움을 주었던 제자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소식조차 없을 때는 참으로 서운한 감도 든다. 성경에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경구가 있다. 따라서 내가 섭섭한 생각을 하는 것은 인격 부족으로 생각하나 내가 무척이나 살폈음에도 거의 95%는 소식조차 없는 것을 섭섭히 생각하는 것은 내가 미천한 사람이기 때문일까. 이제 본인이 나이가 들다 보니 나의 스승님들은 전부 세상을 뜨셨다. 스승의 날이 다가옴에 따라 그분들의 영전에 삼가 절을 올린다.

[송희성 전 수원대 법정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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