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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인터뷰]‘범인은 바로 너’ PD,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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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시장에 제대로 뛰어들기로 작정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오리지널 예능과 드라마를 올 한 해 동안 줄줄이 내놓는다. 첫 타자는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다. SBS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연출한 조효진·김주형 PD가 연출을 맡았다. 유재석을 중심으로 이광수, 김종민, 박민영, 김세정, 엑소 세훈, 안재욱 등 총 7명의 출연진이 탐정으로 등장해 미스테리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추리 예능이다.

<범인은 바로 너>는 지난 4일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0편 중 4편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기존의 한국 예능과 다른 신선함이 있어 재밌다”는 호평과 “<런닝맨>과 다를 게 뭐냐”는 혹평이 공존한다. 제작진은 <범인은 바로 너>를 통해 어떤 재미를 선보이고 싶었던 걸까. 지난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조효진·김주형 PD를 만나 <범인은 바로 너> 제작기를 들었다.

경향신문

“첫 회 반응은 좋았어요. 무엇보다도 출연한 멤버들의 피드백이 괜찮았어요. 특히 안재욱, 김종민씨가 너무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범인은 바로 너> 1~2회가 공개된 지난 4일에는 프로그램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조 PD는 “1회에서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회를 더해갈수록 멤버들이 사건에 몰입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이 방송에서도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후 정교한 실내 세트와 제주도라는 넓은 야외 무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 등에 호평이 있었지만, <런닝맨>과 비슷하고 설정이 작위적이라는 악평도 나왔다. 유재석을 메인 캐릭터로 섭외한 것이나 하나씩 미션을 해결해가는 형식이 <런닝맨>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PD는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방식이 유지되는 것이니, 결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처음 구상할 때 <런닝맨>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예능 버라이어티에 추리를 더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탐정단이 회차별로 발전을 해 나가면서 엉뚱한 추리를 하기도 하고, 굉장히 능숙한 추리를 하기도 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궁극적으로는 그 모습을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김 PD)

“재석이형과 함께 하는 건 가장 잘 맞는 파트너라서에요. 저희가 재미를 느끼거나 추구하는 방향이 유재석씨와 비슷해요. 설정에 맞춰서 자신을 몰입할 수 있는 사람, 그러면서 리얼리티도 잘 할 수 있는 사람, 함께 하는 캐릭터들의 여러가지 면을 뽑아낼 수 있는 사람. 저희가 아는 그런 사람은 유재석씨 뿐이었어요.”(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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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한국 방송사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사전 제작에 충분한 기간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조 PD는 “이전에 주 단위로 방송을 할 때는 제작비가 없다기보다 시간이 없어서 세트를 충분하게 구현을 못했었다”고 말했다. 또 “사후에 편집 작업을 할 때도 시간이 없으니, 가상 현실처럼 구현돼야하는 장면에서도 카메라맨이 옆에서 비추는 게 나오면서 ‘맛’이 확 떨어지는 장면들이 나왔었다”고 했다. <범인은 바로 너>에서는 건물 하나, 마을 하나가 세트가 될 정도로 세트의 규모가 크고 정교하다. 색 보정이나 장비·카메라를 화면에서 지워내는 작업에만 한 달을 소요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필수인 자막도 거의 없애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김 PD는 “처음엔 기존 예능처럼 자막을 다 써서 넣어봤다가 극의 상황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자막을 최대한 줄였다”며 “좀 생소할 수도 있지만 보기 편하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두 PD에게 첫 한국 예능 프로그램 제작을 맡기면서 어떤 것을 기대했을까. 조 PD는 “아마 전작의 기록들이 있으니 저희에게 제안을 한 것일텐데, 저희가 낸 기획안을 넷플릭스에서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고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초반 기획 과정에서 넷플릭스 측과 의견을 많이 교환했어요. 의견이 다른 부분이야 있었지만, 연출자 입장에서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합리적으로 주장한 것들은 다 받아들여졌어요. 저희는 처음부터 한국에서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겠다고 했고, 넷플릭스 측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고요.”

<범인은 바로 너>는 전세계 190개국에 동시에 공개된다. 총 25개 언어로 자막이 각각 붙어서 나간다. 플랫폼과 시청시간대는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다변화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어떠한 콘텐츠를 만들면 좋을지 묻자 김 PD는 “플랫폼 간의 개별적 특성은 있겠지만, 결국 관심이 가는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 같다”며 “새로운 환경은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달라지는 건, 내가 만든 콘텐츠가 꼭 국내 시청자에게 보여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거죠.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노출하기가 쉬워졌어요. 저도 넷플릭스를 통해 브라질 드라마를 하나의 드라마 장르로서 보게 됐어요. 그리고 넷플릭스처럼 개인의 구독에 기반한 시스템은 좀 더 매니아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매니아적인 장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 한 프로그램이 인기있으면 다 쫓아가는 환경에서 벗어나서 좀 더 장르가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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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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