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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71회 칸 영화제]경쟁부문작 <레토> 주연 유태오 "빅토르 최와 나는 운명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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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록은 저항의 상징이었다. 기존의 가치를 전복하고 기성세대의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의 선언이었다. 그것은 냉전 체제의 한 축이있던 구 소련(러시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심엔 고려인 3세 빅토르 최가 있었다. 40여 년이 지난 후 그의 모습이 프랑스 칸에서 되살아 났다. 독일에서 자란 한국 배우 유태오씨(37)를 통해서다. 그는 최와 자신이 만난 것은 “운명”이라고 말했다. “최가 아니었다면 제가 이렇게 좋은 영화를 찍고 칸 국제영화제에 올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최와 제가 떠돌아다는 집시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13일(현지시간) 칸 국제영화제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경쟁부문 출품작 러시아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레토> 주연을 맡은 유씨를 만났다. 외국에서 자란 훤칠한 외모의 배우는 도도하거나 날카로울지 모른다는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먼저 웃으면서 다가와 자신의 얘기를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했다.

“칸에서 제 생에 처음으로 전담 스타일리스트랑 일하게 됐어요. 턱시도를 입은 모습이 남성잡지에도 실리고 러시아나 한국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관심 가져 주시니까 기쁘죠.” 좋은 의미로 혼란스럽기도 하다는 그는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는 것도 숨기지 않으며 “이 정도의 허세는 있을 수도 있지 않나요”라고 말한 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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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출연한 영화는 80년대 초 러시아의 여름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를 그린다. 개혁개방이 이뤄지기 전의 이곳은 음악적 자유가 없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이미 데이빗 보위, 벨벳 언더 그라운드, 루 리드 등 자본주의 진영의 음악을 들었다. 세계의 질서가 아래서부터 재편되고 있었다. 영화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최와 함께 그의 음악적 멘토였던 마이크(로만 빌릭)와 그의 아내 나타샤(이리나 스타르셴바움)다. 태동의 기쁨과 혼란이 교차하던 시기 이들은 음악과 사랑 모두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

최는 러시안 록의 선구자라 불리는 뮤지션이다. 현지 인기도 높아서 많은 이들이 최 역할을 누가 할 것인지 궁금해했다. 유씨는 2000대 1의 경쟁을 뚫고 배역을 따냈다. 그는 “한국과 러시아에서는 그가 자유의 상징, 야성의 상징처럼 보여지지만, 그의 청년 시절을 그린 대본에서 최의 인간적인 면을 느꼈다”며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우울한 감정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런 그의 모습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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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는 파독 광부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독일에서 생활하던 그는 영국에서 연극 공부를 했고, 지금까지 태국, 베트남, 중국 등에서 다수의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했다. “떠돌아 다니는 집시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그는 최에게서 자신이 느꼈던 부유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읽어냈다.

이쯤되면 어디선가 정착하고 싶을텐데, 한 곳에 머물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타인과 소통하고 싶지만 그게 안 될때, 혼란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라난 환경이 그 받침대 역할을 해주면 좋겠지만 없었다”며 “지금은 ‘아내’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내 가장 가까운 문화이자 타인인 아내는 나를 가장 완전하게 이해해 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생애 첫 칸 방문에 영화 제작진이 모두 함께 했으면 좋았을테지만, 감독 세레브렌니코프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국가 기금 횡령 혐의로 현재 오는 7월까지 가택 구금 상태다. 정부에 비판적인 작품을 다수 만들어 온 감독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감독님과 함께 왔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지금 연락하지 못하고 있는데, 꼭 다시 뵙고 싶다”고 말했다.

<칸|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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