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6편의 한강 작가 작품 번역 출간돼
‘현실에 대한 저항’을 한국 문학 힘으로 꼽아
11일 베이징의 한 시지프스 서점 지점에 비치된 한강의 책들. 별도의 특별매대 없이 직원이 계산대 뒤에 특별히 보관해 뒀다. 박은하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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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국문학 애호가들이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한국 여성 문학의 쾌거’라며 축하를 보냈다. 중국 내 한국문학의 위상과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11일 베이징 차오양구 차오양먼 인근에 있는 시지프스 서점을 찾아 “한강의 책이 있느냐”고 묻자 직원은 계산대 바로 뒤편 책장에 따로 꽂아둔 책 네 권을 꺼냈다. 소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흰>과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있었다. 서점에 별도의 한국문학 코너나 특별 매대는 없었다.
서점 직원은 “오늘 아침부터 손님들이 계속 찾아와서 따로 빼놓았다”고 전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콕 집어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역에 지점이 있는 서점 체인인 시지프스 서점은 이날 위챗 공식계정 블로그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이력, 작품을 소개하고 관심을 표한 네티즌에게 한강의 책 1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시지프스 서점 블로그는 “한강은 개인의 경험을 서술함으로써 내면세계 초점을 맞추면서 또한 문학의 힘으로 사회적 현상과 역사적 사건을 밝히고 반영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 광명넷 등은 전날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과 함께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왔다는 스웨덴 한림원 측의 선정 이유를 전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시아 작가는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며 1970년대생 작가로서는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에는 한강 작가의 작품이 총 6편 번역 출간돼 있다. 2013년 지린출판그룹이 <검은사슴>을 가장 먼저 출간했으며 이후 <채식주의자>, <내 아내의 열매>, <작별하지 않는다>, <흰>,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출간됐다. <채식주의자>는 문화 플랫폼 더우반의 한국문학 베스트 10위에 올라와 있다.
광명넷은 한국국립중앙도서관이 전국 845개 도서관을 분석한 결과, 한강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가 <82년생 김지영>보다 더 많이 대출됐다고도 소개했다. <82년생 김지영>과 비교한 이유는 2019년 번역 출간돼 베스트 셀러에 등극한 <82년생 김지영>이 중국에서 한국문학 붐을 일으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82년생 김지영>의 큰 성공 이후 김애란, 최은영, 한강의 작품들이 잇따라 소개되면서 중국에서 한국 여성문학 팬층이 형성됐다. 한국문학 계정 ‘굿바이 라이브러리’를 운영하는 출판 편집자 예멍야오에 따르면 2019년 이후 해마다 대만에서는 약 30권, 중국 본토에서는 약 10권 정도의 한국문학 작품이 번역 출간된다. 독자층은 주로 20~30대 여성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한국문학 애호가들은 ‘한국의 여성 문학이 다시 한번 해냈다’며 축하를 쏟아냈다. 시지프스 서점 공식계정 댓글과 영화·문학 등 콘텐츠 플랫폼 더우반 등에는 “한국 여성 문학의 힘” “아시아 여성은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들은 ‘현실에 대한 저항’을 한국 문학의 힘으로 언급했으며 가부장주의나 권위주의를 공유한 동아시아 문화권으로서의 공감을 한국 문학이 중국 내에서 인기를 끄는 비결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외국문화연구소의 둥천 연구원은 펑파이신문에 한강의 작품에는 세계 보편적으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 외에도 한국 여성들이 겪는 특별한 현실도 반영돼 있다며 “한국은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고도의 전쟁 동원 체계를 갖고 있다”고 짚었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의 아버지가 강한 군사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다는 점 등이 온라인 서평에서 단적인 사례로 소개된다.
중국 내 한국문학 위상 변화에 대한 기대도 나왔다. 한국학 연구자인 저우샤오레이 베이징외대 교수는 “한국문학은 아직 중국에서 주변부 위치에 있지만,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위상과 관심이 단번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을 지낸 모옌이 201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중국어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가운데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는 가오싱젠이다. 그는 반체제인사로 분류돼 1988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중국에서는 가오싱젠의 노벨상 수상 선정을 두고 비난이 일기도 했다.
☞ [한강 노벨문학상] 중국도 한강 수상에 큰 관심···“한국문학 신드롬 기대”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410111352001
☞ [한강 노벨문학상] 일본 언론 “한강은 ‘K문학’ 선두”···서점엔 특설 코너
https://www.khan.co.kr/world/japan/article/202410111114011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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