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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71회 칸 영화제]고다르, 87세 거장의 여전한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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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수많은 감독들 중에 장 뤼크 고다르의 모습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영화제 내내 그의 존재감은 빛났다. 영화제는 감독의 1965년 작 <미치광이 피에로>의 한 장면을 이용해 공식 포스터를 만들었다. 21개 작품이 선정된 경쟁 부문에도 그의 신작을 초정했다. <이미지의 책(르 라이브레 드 이마주)>이다. 경쟁작 10여 편이 베일을 벗은 현재 그의 영화는 매체 평점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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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작은 도시의 일대에서 고다르의 흔적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 근처의 작은 카페나 슈퍼마켓에도 그의 작품 이미지가 사용된 영화제 공식 포스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는 69회 때도 감독의 영화 <경멸>의 한 장면을 포스터에 이용했다. 프랑스 영화의 혁신을 가져온 누벨바그 거장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다.

영화제 측의 계속된 구애에도 불구하고 고다르는 이번에도 칸 영화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열린 <이미지의 책>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고다르는 휴대전화를 통해 화상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기자들이 전화기에 대고 질문을 하면 그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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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이미지의 책>은 지난 11일 처음 공개됐다. 러닝타임이 87분인 영화는 특별한 사건도 등장인물도 없이 진행된다. 영화가 “내레이션, 이미지, 소리만으로 구성됐다”고 말한 감독의 말은 사실이었다. 영화에서 서사는 발견하기 어렵고 모든 것은 파편화돼 있다. 수많은 이미지들이 화면을 메우는데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기도 한다. 화면 비율은 시도 때도 없이 바뀐다. 영상 위를 흐르는 음악들은 종잡을 수 없고 중간중간 암전 된 듯 화면이 온통 검은색으로 가득 찬다.

불친절해 보이고 일관된 흐름을 찾기 어려울 것 같지만, 영화가 꽤 직접적이라 느껴지는 것은 내레이션 때문이다. 고다르 자신인 것으로 보이는 화자는 영화를 채우는 이미지들에 대해 얘기한다. 짤막짤막 던지는 의문이나 정의들은 고다르가 이 영화를 통해 하고싶은 말처럼 보인다. 전쟁이나 평화, 혹은 자본주의에 대한 얘기들이 직접적으로 나온다.

전작에 비해 접근하기 쉽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스쳐가는 이미지들을 그저 하나의 이성적 결론으로 가둬놓는 것이 과연 이 영화의 진정한 의미였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레이션에 주목할 때, 수많은 이미지들은 그저 언어의 울타리 안에 종속되는 것이 아닐까.

행보 하나하나가 역사가 되는 감독인 만큼, 영화에 대한 반응은 호평이 많다. 지금까지 공개된 10편의 영화 중 매체 평가에 있어서는 선두권에 위치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놀라울 정도로 격렬한 이미지들이 적절하게 배치돼 있었다. 뤼미에르 극장은 이것들을 퍼뜨리기 위한 거대한 캔버스”였다고 평하며 별5개 만점에 4개를 줬다. 프랑스 매체 <리베라시옹>은 별4개 만점에 4개를 선사했다. 칸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황금종려상의 명예를 얻지 못한 감독이 이번엔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주목된다.

올해로 71회를 맞는 칸 영화제는 지난 8일 개막해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한국 작품으로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경쟁부문에 진출해 황금종려상을 노린다.

<칸|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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