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적극적 조율 쉽지 않아” 어려움 토로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경찰이 ‘알박기 집회’를 방치한 행위는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온 가운데 알박기 집회가 사라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인권위는 지난 11일 같은 장소에서 미리 집회 신고를 해 뒤에 있을 집회를 방해하는 알박기 집회를 경찰이 방치한 것은 집회의 자유를 보호하지 못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이를 방치한 관할 경찰서장에게 집회 자유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같은 판단은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는 A 씨가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6차례에 걸쳐 회사 앞 인도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회사 측은 A 씨의 집회에 앞서 2000년부터 1년 내내 매일 24시간 집회 신고를 해왔었다. 그러나 실제로 집회를 연 날은 며칠 되지 않는 등 이른바 알박기 집회를 한 것이다.
사측은 2016년 6월 법원의 집회 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이 나온 뒤 집회물품 앞을 가로막거나 둘러싸는 등 집회 방해까지 서슴지 않았지만 경찰은 적극적으로 조율조차 하지 않았다.
법원도 지난 1월 사측이 선순위 집회를 방해받았다며 진정인 등을 고소한 사건의 판결문에서 “같은 장소에서 그 장소와 내적인 연관 관계가 있는 집회를 열고자 하는 타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장소 선택의 자유를 배제 또는 제한하면서까지 사측의 선순위 집회를 보장할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경찰은 인권위의 권고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경찰서와 논의를 해봐야 하는 부분이지만 법률상 문제가 문제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중복 집회를 조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경찰의 ‘적극적인 조율’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근로자의 집회를 막으려는 일부 기업들이 집회신고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 나오면서 국회는 지난 2016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집회시위를 하지 않을 경우 집회 일시 24시간 전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 집회신고가 중복된 경우, 먼저 신고한 개최자가 실제 집회ㆍ시위를 열지 않았는데도 정당한 사유없이 철회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내도록 했다.
국회는 또 같은 장소와 시간에 2개 이상의 집회가 겹치는 경우 경찰이 시위 간의 시간이나 장소를 분할해 개최하도록 권유하도록 했다.
중복 집회에 대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조율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만 정작 현장에선 이같은 조율이 어렵다는 것이 일선 경찰들의 설명이다.
집회ㆍ시위를 담당하는 한 정보관은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중복 집회를 분할하라고 했지만 경찰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권한과 범위가 한정되어 있어 집회자들을 설득하는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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