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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北 경제지원책도 트럼프식대로…"경제 원조 대신 무역·투자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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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북한이 과감하고 신속하게 비핵화한다면 “한국 수준의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13일 “북한이 비핵화 작업에 착수하면 북한의 미래는 믿을 수 없을만큼 밝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핵심 참모들이 잇따라 북한의 비핵화 완수를 전제로 경제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대북(對北) 경제 지원책의 방식이나 규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일단 “미국 예산을 쓰지 않겠다”고 밝혀, 지원 방식으로는 직접적 경제 원조보다 국제기구의 자금·투자 지원이나 미국 등의 민간자본 투자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 美 “농업, 인프라 투자 우선”…북한판 마셜 플랜

미국이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거론하는 경제 지원책은 주로 해외 자본의 투자 유인책이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미국의 민간 부문이 (북한에) 들어가서 대규모 전력망 건설을 돕고, 식량난 해소를 위한 농업 투자와 인프라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투자 제재를 풀어 미국 기업과 미국인이 북한에 상주할 것을 유도해 북한 내 경제 개발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볼턴 역시 이날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완수하면 미국은 무역·투자를 개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칠흑 같은 어둠 속의 북한과 환한 불빛으로 반짝이는 남한 모습이 대비되는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경제 개방으로 얻을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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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한반도 위성사진 모습 /NASA 홈페이지


앞서 지난 11일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한국인을 지원해 온 실적에서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6·25전쟁 직후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미국과 맺은 동맹을 통해 세계 11위 경제대국이 된 점을 간접적으로 거론하며, 북한도 핵을 포기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 “미국 예산은 쓰지 않겠다”...경제 원조는 배제 분위기

다만, 과거와 달리 미국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는 일방적인 경제적 원조는 경제 지원책에서 빠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경제 유인책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예산을 쓰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볼턴 역시 “내가 (북한이라면) 미국에 경제 원조(economic aid)를 요구하는 방안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 등 안보 비용에 민감한 데다, 해외 직접 원조도 꺼리는 점을 반영한 발언들로 풀이된다.

민간자본이 투자하기에 앞서 국제기구의 자금·투자 지원 방안도 거론된다. 세계은행,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개발도상국 투자 자금으로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제기구의 비회원국을 대상으로도 ‘기술적 지원(TA)’처럼 경제 분석을 도와주는 사례가 있다”며 “이런 것들을 참고해 (남북 경협을) 꼼꼼히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국민총소득(GNI) 기준으로 북한의 경제 규모는 2016년 기준으로 남한의 45분의 1 수준이다.

◇ “핵무기 폐기해 美 테네시로 옮겨야”

최대 관건은 검증이다. 아직도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순순히 내놓을 리가 없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의심을 제거하려면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은 과거 4차례 비핵화 합의를 하고도 검증수단을 확보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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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완수하면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CNN


검증 주체도 이원화될 가능성이 크다.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북한에 대한 사찰은 그 이전과 전혀 달라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물질 생산 등에 대해선 사찰할 수 있지만, 핵무기에 대해서는 단속 권한이 없다. 북한이 핵탄두 해체나 인도에 동의한다면 이를 검증하거나 인도받는 주체는 IAEA가 아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프랑스가 북한 핵무기를 인도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왔으나, 볼턴 보좌관은 1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 테네시로 들여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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