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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랜드 ‘쇼핑몰 브랜드 통합’ 회생 활로 찾을까 뉴코아·2001아울렛 등 ‘이랜드몰(가칭)’로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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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이랜드가 오프라인 브랜드 통합에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이랜드 SPA 브랜드인 스파오 가로수길점. <이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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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이랜드그룹이 오프라인 브랜드 통합에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브랜드를 하나로 합쳐 매출 회복을 기대하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이랜드그룹은 최근 NC백화점, 뉴코아아울렛, 2001아울렛, 동아백화점 등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4개 오프라인 매장 브랜드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통합 브랜드로는 온라인 쇼핑몰 명칭인 ‘이랜드몰’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점포 브랜드 통합 작업이 완료되면 전국 50여개 점포를 갖춘 4개 유통 채널이 통일된 브랜드와 운영 시스템을 갖게 된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들 점포 영업시간을 동일하게 조정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 통합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랜드그룹의 유통 브랜드가 여러 개였던 데는 이유가 있다. 이랜드는 2003년 당시 법정관리 중인 뉴코아를 인수할 때부터 ‘뉴코아’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해왔다. 기존 뉴코아백화점을 아웃렛으로 전환해 운영했지만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했다. 동아백화점도 비슷한 사례다. 동아백화점은 대구 대표 기업인 화성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이었다. 이랜드는 2010년 동아백화점을 인수한 이후에도 대구 일대에서 보유한 이미지를 감안해 기존 브랜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 브랜드를 하나로 통일해 시너지 효과를 노릴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사들이 롯데몰, 스타필드 같은 대표 복합쇼핑몰 브랜드를 내세우는 것처럼 이랜드도 복합쇼핑몰 형태로 바뀌는 듯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랜드그룹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사실 꽤 되기는 했다. 이랜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룹이 존폐 위기에 섰다. 잘나가던 중국 사업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2013년 한때 부채비율이 400%까지 높아지자 부랴부랴 구조조정에 나섰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1월 알짜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를 8700억원을 받고 중국 기업에 팔았다. 그해 6월에는 MBK파트너스로부터 7000억원을 받고 생활용품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매각했다. 지난 2년간 이랜드가 확보한 자금은 무려 2조6700억원에 달한다.

▶‘티니위니’ 등 팔아 자금 확보

부채비율 150% 달성이 변수

그럼에도 그룹 부채비율을 목표치인 150%대로 낮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심 끝에 이랜드는 지난해 전환우선주(CPS) 발행으로 1조원을 유치해 부채비율을 낮추려 힘썼다. 키스톤PE와 손잡고 투자자 모집에 집중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키스톤PE가 조성하는 이랜드월드 CPS 투자펀드에 30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때마침 해외에서도 투자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 말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덕분에 이랜드그룹은 5000억원 안팎 자금 마련에 성공했다.

2016년 말까지만 해도 이랜드그룹 부채비율은 315%에 달했지만 지난해 198%까지 낮아졌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월드를 통한 1조원 투자 유치를 올 상반기 내에는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실적도 좋아졌다. 지난해 이랜드그룹 당기순이익만 6300억원에 달하고 올 1분기에도 1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수익이 늘어난 데는 중국 사업 회복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도시에 집중했던 백화점 사업을 칭다오, 항저우, 난징 등 2~3선 지역으로 확장하고 온라인 쇼핑몰 채널을 강화한 덕분에 이랜드, 스코필드 등 중국 내 20여개 브랜드가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랜드리테일이 오프라인 매장 브랜드 통합 작업에 나서는 것도 일종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는 간판 교체, 홈페이지 통합 등에만 수백억원 비용이 소요되는 브랜드 통합에 나서기 어려운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주요 브랜드 매각 작업을 사실상 끝내고 남아 있는 유통 브랜드 경쟁력 확보에 나선 듯 보인다. 브랜드를 통합한다고 당장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매출 증대 효과는 기대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이랜드그룹이 ‘급한 불’은 껐다고 하지만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지주사 전환, 계열사 IPO(기업공개) 등 굵직한 작업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이랜드월드 → 이랜드리테일 → 이랜드파크’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를 이랜드월드가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주사 형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사업형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에서 패션사업부를 분리해 순수 지주사를 설립하고 이랜드월드가 이랜드패션(가칭),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지난해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 진행 과정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이랜드리테일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까지 계획했던 1조원 투자 유치 등이 해결돼야 IPO가 순조롭게 마무리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구조조정의 큰 고비를 넘은 듯 보이지만 1조원 유치와 이랜드리테일 IPO가 여전히 변수다. 중국 사업이 삐끗하면 이랜드그룹이 또다시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고 귀띔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7호 (2018.05.09~05.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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