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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암센터에서 수중 치료실까지…가장 큰 ‘동네 동물병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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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전국 최대 동물병원 가보니

10층 건물 중 7개층이 동물병원

한방치료실, 심장·암센터는 물론

수중재활치료로 반려동물 맞아

사람 병원처럼 ‘1~3차 체계’ 없어

수의사들도 대형병원 찾으며 안절부절

여섯 명 뜻 모아 대형병원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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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반려견이 소규모 수중치료시설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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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갱깽깽.”

지난 4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 4층.

진료대 위에 모로 누운 웰시코기 한마리가 신음을 내뱉었다. 수의사는 웰시코기의 뒷다리를 여기저기 짚어보며 침을 놓았다. 더운 날도 아닌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1년여 전 척수염 진단을 받은 6살 웰시코기는 사지가 마비돼 누워서만 지냈다. 이제 침을 찌르면 따끔한 부위에 반응을 할 정도다.

그동안 웰시코기 보호자는 몸이 축 늘어진 개를 끌어안고 수많은 병원을 전전해야 했다. 사람 병원은 1, 2, 3차 병원으로 나뉘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그에 걸맞은 병원을 찾으면 되지만, 동물의 경우 그렇지 않다. 기준이 없는 치료비도 아픈 동물들의 갈 길을 헤매게 한다. 현재 국회에서 표준수가제 도입을 내용으로 수의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제출된 상태이지만 현재로선 진료비, 약제비, 처치 및 수술비 등은 상한액 기준 없이 병원의 운영 상황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현장에서 진료하는 수의사들도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었다. 지역에서 중증 환자들을 보낼 마땅한 대형병원을 찾지 못해 발을 구르거나, 이동 자체가 부담이 돼 더 손을 쓰지 못하고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장비를 갖춘 대형병원의 경우 검사비가 고가라 경제적 이유로 포기하는 보호자들도 있었다. 동네병원이지만 모든 검사가 가능하고, 충분한 검사 시설을 갖췄지만 병원비가 비싸지 않을 수는 없을까.

한계 느낀 수의사들 힘 합쳐

지난 4월 개원한 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는 부산 지역에서 일하던 수의사 6명이 현장에서 느낀 목마름에서 비롯했다. 규모는 지난해 11월 증축 개원한 서울대 수의대 병원(5667.6㎡)과 비슷한 수준이다. 총 10층 건물 가운데 4~10층 7개 층을 쓰고 건물 전체 면적 5304.47㎡(약 1600평) 규모로 임상 병동으로는 전국 최대 동물병원이다. 병원의 대형화만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종합병원 수준의 진료가 가능한 동네병원’을 표방한 국내 최대 동물병원의 현황은 어떨지 궁금했다. 지난 4일 애니멀피플이 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를 직접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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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에서 일하는 수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랫줄 왼쪽부터 김영환, 서우홍, 여귀선, 김태훈 원장. 그리고 윗줄 왼쪽부터 지창무 원장, 김현수 경영원장. 부산/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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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동네)에서 동물 치료를 하던 수의사 여섯명이 현장에서 느낀 한계나 아쉬움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걸 해소하고 싶어서 힘을 합쳤죠.”

김현수 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 경영원장이 말했다. 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는 6명의 공동원장을 포함해 수의사 10명이 일한다. 현업에서 느꼈던 아쉬움 때문인지 병원에는 동물 진료에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비롯해 수술 절개 부위 감소 등을 위한 동물전용 초음파 수술 장비 등이 구비되어 있다. “검사 장비가 없어 중증 환자를 장거리에도 불구하고 대형병원으로 이송했던 경험 때문”이라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2011년 동물 중증응급진료센터 격인 ‘부산메디컬센터’를 개원했다. 하지만 중환자들이 주로 찾다 보니 한 환자에 소요되는 진료 시간이 길었다.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다 보니, 병원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상태가 심각한 아이들을 안고 모두가 울고 있는 병원 분위기도 마음을 짓눌렀다. 병이 깊어지기 전에 일상적으로 편하게 병원을 찾아 몸의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싶었다.

그래서 큰마음메디컬센터에서는 한방 및 재활센터부터 고양이 전용 메디컬센터, 노령동물 및 심장·종양센터 등을 세분화했다. 한방 및 재활센터의 경우 상태가 심각한 환자들이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병원에서 한방 진료를 전담한 서우홍 수의사는 본래 지역 병원에서 외과 진료를 주로 담당했다. 양방 치료의 한계를 보전할 방법을 찾던 중에 한방수의학을 공부해 침, 뜸, 레이저 한방 치료 등을 임상에서 직접 접목 중이다. “동물 한방 진료를 하는 병원이 많지만, 그래도 보편화되어 있진 않기 때문에 이런저런 치료를 하다 거의 포기하기 직전에 오는 환자들이 많아요. 걷지도 못하던 강아지가 뒷다리에 힘을 주기 시작하고, 결국 움직이는 게 가능해지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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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전용 수중치료 시설이 마련돼 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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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동물병원 최초로 설치된 수중재활 시설도 눈길을 끌었다. 수술 후 근육 관리, 관절 치료, 비만 관리 등이 가능한 이 시설에서는 미국 재활치료 전문자격을 이수한 김태훈 원장을 중심으로 수중 치료를 한다. 30도 정도의 수온을 늘 유지하는 수영장은 사람 어린이 수영장급 수질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위생 관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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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의 중환자실. 24시간 상주 의사가 중환자를 전담한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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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동네 병원일 뿐”

김 원장은 “규모에 압도될 수 있겠지만, 실상은 덩치 큰 동네 동물병원”이라고 병원을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반려동물과 보호자들을 위한 세세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정수기 옆에 놓아둔 동물 전용 물그릇, 입원한 반려동물을 만나러 왔을 때 보호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 고양이 입원실 구분 배치, 엘리베이터 가장 가까운 곳에 둬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배려한 추모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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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들이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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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도 동네병원 수준에 맞췄다. 그러기 위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수술 및 처치는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까지 정해진 시간에 받고, 나머지 시간을 일반 진료에 치중하기로 했다. 중환자는 부산메디컬센터와 업무를 분담한다. “병원에서 많은 케이스(진료 환자)를 받을 수 있으면, 수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거든요. 큰마음메디컬센터를 개원하기 전에 2년여간 벤치마킹을 위해 미국과 일본 동물병원을 조사했는데, 많은 곳은 하루에 500건 이상 한 병원에서 감당하기도 했어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보니 하드웨어를 충분히 갖추면 아픈 동물이 많이 와도 해결이 되고, 그럼 상대적으로 비용이 조절되겠다 생각했죠. 평생 주치의 개념으로 한 동물의 건강을 쭉 관리하면 심각한 상황을 미리 막을 수 있겠죠.” 김 원장은 “말 못 하는 동물의 병이 깊어지기 전에 건강을 관리해 모두가 행복한 병원을 모토로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글·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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